미군의 이라크 점령은 너무 끔찍한 재앙이다. 그래서 후세인 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일부 사람들조차 지금 미군의 통치가 후세인 정권보다 나을 게 없다고 말한다.
여섯 아이의 어머니 사브리르 하산 이스마엘은 지금 버려진 칸 바니 사드 감옥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그 감옥을 꽉 채운 가족들은 전쟁 피해자들이 아니라 미군 치하 평화의 피해자들이다.
사브리르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를 보세요. 우리 가족을 보세요. 우리는 감옥에 살고 있어요. 우리는 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살 수 없어요. 요리할 때 쓸 기름도 없어요. 너무 더워서 잘 수도 없어요. 우리를 물어뜯는 벌레가 들끓고 있어요. 우리 딸들은 밤새 울면서 한 잠도 못 자요. 나는 희망도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사브리르는 아랍계인 사래피엔 부족이다. 그 부족은 후세인에 반대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라크 남부에서 쫓겨나 북부의 “유사 아랍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쿠르드족이 그 지역에서 쫓겨났었다.
사브리르는 미군의 침공을 환영했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 이틀 뒤에 쿠르드 민병대들이 그녀가 살던 마을로 들어와 1만 5천 명의 아랍인들 모두 48시간 내에 마을을 떠나라고 강요했다. 그 부족의 족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은 우리에게 식량·의약품·자유를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는 집도, 땅도, 곡식도 모두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