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안산 상록을 선거 평가: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시도가 낳은 아쉬운 결과

나는 이번 안산 상록(을) 재보궐 선거에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세력의 지지를 받은 임종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선거운동에 참가했다.

임종인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투기자본감시센터 상임대표(현)를 지냈고 17대 국회의원 시절 이라크 파병 반대, 한미FTA 반대 활동을 해 왔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항의하면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활동도 했다. 따라서 그는 이명박 정권에 맞선 진보적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20퍼센트 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보여 한나라당, 민주당과의 경쟁에서도 3강 구도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진보를 염원하고 사회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그의 당선을 바랐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너무나 아쉬웠다. 여태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한참 못 미치는 15.6퍼센트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역시 민주당 없이는 안 돼’ 라는 결론을 내리는 듯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선거의 실망스런 결과는 민주당과의 연합에 매달린 결과다.

ⓒ사진 임수현

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정당은 한나라당(을 찍으시고) 후보는 김영환”을 지지하라고 선동한 자다. 그래서 한나라당 전여옥은 안산 선거를 두고 “재밌는 선거”라고 말했고 네티즌들도 김영환을 두고 “이 사람은 어느 당의 정치인일까요?” 하고 조롱했다. 임종인 후보가 선거 유세에서 주장했듯이 민주당 당원들도 “김영환을 공천한 민주당이 창피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나라당 후보 역시 일곱 번이나 당적을 바꾼 전문 ‘철새’ 였다. 진보 후보인 임종인과 민주당 김영환이 단일화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임종인 후보는 안타깝게도 선거 시작 전부터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전념했다. 선거 공보물에는 임종인 후보의 진보적 정책보다는 민주당과의 단일화가 더 강조돼 있었다. 심지어 “임종인을 연합 공천하면 민주당 후보인 셈…”이라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단일화 노력은 민주당 김영환을 주저앉히기는커녕 임종인 후보의 민주당 비판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민주당과의 정책적 차이를 희미하게 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에 맞선 대안을 고민하던 안산 시민들은 민주당 김영환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마가린보다는 버터를 찾는’ 심정으로 임종인보다는 제1야당 민주당에 표를 줬다.

투표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단일화가 최종 결렬되자 임종인 후보는 김영환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고 전화 선거 운동에서도 문제의 ‘김영환 동영상’(한나라당에 투표하라는 지난 총선 동영상)을 강조했지만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애초 임종인 후보가 선거 돌입 시점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와 선을 긋고 이명박 정권에 맞선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진보·개혁·촛불모임을 규합했어야 했다. 민주당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진보적 색채를 처음부터 분명히 하면서 지지자들을 규합했더라면 설사 당선하지 못하더라도 이후 진보세력의 입지를 굳히는 데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10·28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덕분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과 경남 양산에서 한나라당이 겨우 당선한 것이 이를 보여 준다. 그래서 더더욱 임종인 후보가 반한나라당·비민주당 세력을 효과적으로 결집하는 선거운동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