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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아차지부 1차 투표 결과:
고통전가 저지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을 보여 준 결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 선거 1차 투표에서 김성락 후보와 박홍귀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김성락 후보는 전투적이라고 알려진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노동해방을 여는 노동자회’(이하 금속노힘) 소속이며 박홍귀 후보는 지역지부로의 전환 결정을 폐기하지 않으면 금속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전조합원과 함께 고용복지 희망을 여는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이하 전민투) 소속이다.

지부장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금속노힘은 다섯개 지회 선거에서도 네 명이 1위를, 한 명이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선전했다.

이것은 현대차지부 다음으로 민주노총에서 영향력이 큰 기아차지부에서도(조합원 3만 3백 명) 현대차지부처럼 중도실용주의 후보가 당선하길 기대했던 기업주들과 보수 언론의 바람이 무망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조선일보〉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까지 탈퇴하고 ‘사회봉사’를 하겠다는 우파 후보가 당선하길 기대했지만 그 후보는 보기 좋게 꼴찌를 했다.

금속노힘의 김성락 후보가 1위를 한 것은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전가에 맞서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환율 등 외부적인 요소나 임금동결과 해고 등 노동자들을 더 많이 쥐어짰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과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양보는커녕 단체협약으로 약속한 ‘2시간 생계잔업’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최근에는 퇴근시간 감시 등 현장통제가 심해지고 노동강도도 강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다.

더 센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집행부를 장악했던 ‘민주파’들이 사측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양보를 거듭했기 때문에 더 전투적인 후보가 1위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금속노힘 현장 활동가들은 사측의 공격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하면서 항의 행동을 조직해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센 놈”이 집행부를 장악해서 그동안의 성과를 지켜내고 사상 최대의 이익에 걸맞는 성과를 얻어내길 조합원들은 바랐던 것이다. 금속노힘은 상대적으로 힘든 부서, 젊은층에서 많은 표를 얻었고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해 비정규직지회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위로 결선에 오른 2003년도에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전민투 박홍귀 후보도 만만치 않은 성과를 냈다(1위와 5.3퍼센트 차이). 그는 현대차 이경훈 위원장과 연대해 임금인상, 주간연속2교대, 월급제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현대차지부와 통합하겠다고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기아차 조합원들에겐 솔깃할 공약이었다.

하지만 박홍귀 후보는 금속노조 탈퇴와 함께 “정치투쟁을 탈피”하고 “2시간, 4시간 보여주기식 파업을 근절”하자며 대안으로 “노조가 생산과 품질을 책임”지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표방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파업은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다. 촛불항쟁 때의 2시간 파업은 근절 대상이 아니라 지속·확대 대상이다. 오히려 금속노조 지도부가 “보여 주기식” 이상으로 파업을 조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정치투쟁이기도 했던 쌍용차 투쟁에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하지 못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민주파’ 현장조직과 후보들이 이런 박홍귀 후보의 공세에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힘도 예외는 아니다. 당선 가능성은 높지만 안심할 수 없는 금속노힘 후보들이 ‘금속노조 탈퇴’나 ‘정치투쟁 탈피’, ‘비정규직과 연대’ 등 중요한 문제에서 상대적 우파 현장조직의 주장들에 반박하며 원칙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면 결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박홍귀 후보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박홍귀 후보의 우파적 주장에 침묵하고 당선에만 매달린다면 전체 민주노조 운동과 선진적인 조합원들의 자신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속노힘의 정치적인 좌파 활동가들은 금속노힘 후보가 더 원칙있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이런 점을 주장하면서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