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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정부의 환경 개혁 평가

참여 정부의 환경 개혁 평가

김타균(녹색 엽합 정책 실장)

경제위기가 사회 전반에 주름살을 가져오고 있다. 워낙 경제위기를 강조하다보니 환경분야는 이야기조차 꺼내기 어렵다. 이를 틈타 정부는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되고 있는 몇몇 국책사업 역시 예정된 시간표대로 진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참여정부의 환경철학을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는 저항운동과 우려 목소리 역시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대학로에 위치한 흥사단에서 시민사회단체대표와 대학교수, 풀뿌리운동가 등이 모여 “노무현 정부의 환경분야 개혁 상실을 규탄하는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반환경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실망을 넘어 심각한 위기 의식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같은 우려는 시민사회뿐만 아니다. 최근 녹색연합이 환경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에 대한 환경정책변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중 8명꼴 정도가 참여정부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아무런 비전과 방향을 제시 못하거나 경제 상황으로 환경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 94.2퍼센트가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같은 환경문제의 심화 원인으로 응답자의 50퍼센트가 개발위주의 정부 정책, 23.1퍼센트가 국정책임자의 환경 철학 부재 등을 꼽아 73퍼센트 이상이 정부의 ‘환경 철학’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항

현재 전국 각지에서 단식과 삼보일배 등으로 참여정부의 환경 철학 부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관통문제로 인한 자연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38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는 내원사의 지율스님, 완도 보길도 상수원댐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을 지키기 위해 3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는 강제윤 시인,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갯벌을 살리기 위해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로 305킬로미터라는 먼길을 삼보일배라는 고행을 실천하고 있는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 핵 위주의 에너지정책의 전환과 핵폐기장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죽음을 각오한 단식을 한 김성근 교무님. 이들의 저항을 눈물과 기도, 참회로써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

이들의 환경을 살리기 위한 저항은 대규모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자인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과거 잘못된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개발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국민의 안전망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국민들을 ‘거리’로 ‘농성장’으로 내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환경 현안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미래세대의 권리와 환경권을 요구하는 시민환경단체를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상식적인 식견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새만금, 핵폐기장, 경인운하, 댐 정책 등의 환경 현안은 단지 개별적인 환경 사안의 의미를 넘어 과거 개발독재시대에 이루어진 잘못된 국가 정책을 상징하고 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난 대선 때부터 이러한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한 이유는, 지금의 환경 현안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중요한 개혁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철저한 침묵과 방치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도 사업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노구의 성직자들이 목숨을 걸고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305㎞를 삼보일배 고행을 통해 방조제 공사 중단을 외치고 있으나, 정부 어느 곳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 않다. 오히려 물막이공사에 가속도를 붙여 공사의 진행으로 인해 다른 대안모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참여정부는 비단 몇몇 국책사업뿐만 아니라 새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서도 과거 정부처럼 성장과 개발 일변도의 경제 정책을 답습하려 한다. 즉 정부의 주요한 정책 판단의 기준이 오직 경제논리로 결정되고 있다.

‘골프장과 스키장 관련 규제 완화’, ‘2005년부터 경유차 국내 시판 허용’, ‘수도권내 외국인 투자 기업의 공장 신·증설 규제 개선’, ‘첨단 환경 시설이 갖춰진 경우 환경 규제 탄력 운용’ 등등이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스키장과 골프장을 손쉽게 지울 수 있도록 했으며, 정부와 시민단체간에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허용 방침을 결정한 것이나 군사시설보호구역, 준도시지역과 준농림지역 등을 개발의 면죄부를 부여해 주었다.

이는 한마디로 경제 논리를 앞세워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환경을 죽이는 일이다. 환경이 한번 파괴되고 나면 나중에 경제가 좋아진 다음 복원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며 설령 그렇더라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성장과 개발 일변도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형국책사업을 비롯한 환경파괴형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본전 생각 하다가 패가망신하는’ 노름판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여전히 전라북도에 한정된 문제로 인식되거나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고려의 산물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행정에 있어 지난 정부의 최대 실패작을 단지 지난 정부와 전임 대통령이 결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전 국민이 요구하는 참 개혁의 방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규제완화가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지는 않는지, 자연녹지와 갯벌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키지는 않는지, 대기질문제를 악화시키지는 않는지, 수도권의 비대화와 또 다른 난개발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등 환경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성장과 개발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양적 성장주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GNP로 경제성장을 측정하고 효율성으로 발전을 계산하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허울뿐인 풍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국민들을 ‘거리’로 ‘농성장’으로 더 이상 몰아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