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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반대한다》- 수능을 앞두고 읽어볼 만한 책:
경쟁은 협력보다 비효율적이고 열등하다

《경쟁에 반대한다》 알피 콘, 산눈, 15,000원, 368쪽

입시 경쟁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보면서도, 경쟁이 없으면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또, 시장의 폐해에 반대하면서도, 시장을 민주적 계획으로 완전히 대체하자는 주장에 선뜻 찬성하지 않는 것은 경쟁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경쟁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조차 과도한 경쟁이 문제지 ‘적당한’ 경쟁은 더 생산적이고 따라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 번역돼 나온 알피 콘의 책 《경쟁에 반대한다》(이전 판은 비봉출판사에서 《경쟁을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는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줄 것이다.

우선, 저자는 경쟁의 본질을 “상호 배타적인 목표달성”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당신이 실패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나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은 경쟁을 미화하는 대표적인 형용모순이다.

무엇인가 잘하는 것과 남을 이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를 들어, 내가 미적분을 제대로 이해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타인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 반면, 경쟁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들 중에서 소수의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서만 더 높은 성과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나는 그가 배움 그 자체를 진짜 재미있어 했으며, 그래서 오히려 더 뒤쳐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테면 입체기하학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삼각함수는 나만큼 잘하지 못했다. 우리는 볼테르의 캉디드를 읽어야 했는데, 그는 거기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떴으며, 다른 급우들이 [점수를 따기 위해] 이미 다른 저자의 책을 읽을 때에도 프랑스 원어로 된 볼테르의 다른 소설들을 섭렵했다. 이것도 그의 약점이 되었다.”

결국 “우리들의 교육제도에서 가장 ‘성공한 학생’이란 이렇듯 자신만의 신념을 포기하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학생이다.” “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수학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실패를 소망하는 마음인가?” 라는 저자의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인간 본성

둘째, 이 책은 경쟁이 ‘인간 본성’이라는 주장뿐 아니라 경쟁이 더 생산적이고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반박한다.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학생이 각각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과 협동하여 학습하면 더 잘 배우게 되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학생들도 홀로 공부할 때보다는 성적이 좀 떨어지는 아이와 협력하여 공부할 때 더 좋은 성과를 올린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끝으로, 경쟁이 협력보다 덜 효율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존심’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학생들에게 하찮고 경멸스러운 보상들 ―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 100점이라는 표시를 한 채 벽에 붙어 있는 시험지, A라고 쓰여 있는 성적표, 우등생 명단,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의 열쇠, 즉 간단히 말하면 다른 학생들보다 내가 좀 낫다는 저열한 만족감 ― 을 장려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그 의지를 꺾어 버린다.”(강조는 인용자)

따라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기본인 사회는 경쟁적인 사회보다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회복시키고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사회다.

경쟁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 본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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