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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8일 양 노총 노동자대회:
20만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다

이명박 정부에 맞설 주력 부대가 노동자운동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주말이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7일과 8일 각각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조합원들이 20만 명 가까이 참가했다.

13년 전 노동법 날치기 정국에서 벌인 양 노총 공동 집회 이후 최대 노동자 집회였다.

양 노총 조합원들은 전임자 임금 지급을 강제로 금지하려는 등 노동기본권을 짓밟으려는 이명박 정부에게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전교조, 통합공무원노조 등 최근의 노동 탄압에 맞설 결의를 다졌다.

양 노총은 주말 노동자대회에서 12월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조합원들은 지도부에게 “이번에는 확실하게 투쟁을 조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노동자대회

7일 낮 여의도공원은 한국노총 조합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공원 주변은 노총 조합원들이 지방에서 타고 올라온 전세버스들이 에워쌌다. 주최측 추산으로 15만 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7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노조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저지·노동운동 말살음모 분쇄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15만명이 모였다. ⓒ이미진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어떻게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발상을 할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행 간부가 줄어들면 노조의 집행력이 떨어지고 그러면 조합원 권익 보호도 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면 조합비를 인상해야 하는데 “정부와 사측이 임금 삭감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서 조합비 인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13년간 3번씩이나 유예되어 사실상 사문화된 법조항을 내세워 노조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이참에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경제팀과 기획재정부는 전임자임금, 복수노조를 현행법대로 밀어붙여 노조운동을 깨기 위한 비밀TF팀을 운영하면서 노사관계에 대한 불법개입을 통해 노조를 장악하기 위한 공작정치를 일삼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이어 “12월말 근로자파견법 시행령 개악, 2010년 상반기내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이어지는 노동법 개악 수순”을 밟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12월 총파업으로 맞서자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11월 16일부터 전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한다.

국회앞으로 행진중인 한국노총 ⓒ이미진

스스로 고무된 조합원들은 국회 앞 행진에도 활기있게 참가했다. 행진 대열은 국회 부근 국민은행 앞에서 경찰 차량 저지선에 막혔다.

이 자리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화학노련 오공본드노조 위원장은 노총 지도부에게 정책연대 파기를 요구했다. “지도부는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고 정부를 협박하지만 사실은 이미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파기했다. 한국노총은 이용만 당한 것이다. 지도부는 미련 갖지 말고 총파업 투쟁을 확실히 조직해야 한다”

삭발식을 진행 중인 한국노총 지도부 ⓒ이미진

이 발언은 큰 박수를 받았다. 본 대회에서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한나라당 의원 강성천의 연대사에 조합원들이 박수도 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한국노총이 역대 최다 동원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다음날, 민주노총도 조합원 5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여의도공원에 모여서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역시 몇 년 새 최대 규모의 노동자대회였다.

ⓒ사진 임수현

통합공무원노조, 전교조, 언론노조, 울산 예선노조 등 지금 투쟁중이거나 강한 탄압을 받고 있는 부문이 많아서 제기된 쟁점도 더 많았고 절박함도 더 커 보였다.

다양한 투쟁 작업장들마다 부스를 차려 놓고 자신들의 투쟁을 홍보했다. 가장 주목 받았던 건 역시 쌍용차 조합원들의 부스였다. 지지 서명자가 줄을 이었고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투쟁 사진집도 잘 팔렸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전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도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부스를 차렸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노동 탄압의 살기 띤 칼 끝은 민주노조 운동을 통째로 겨누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간 민주노조가 말살될 수도 있다”며 “마지막 저항의 버팀목인 노동운동이 결사 항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선

“투쟁하지 않으면 가진 것도 잃는다”고 강조한 임성규 위원장은 “한달 반 충분히 준비해서 모든 조합원이 참가하는 무기한 총파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노동 탄압을 계속한다면 노동법 개악과 관련한 6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장, 통합공무원노조 공동위원장 등 투쟁 작업장들이 연단에서 후회없는 투쟁을 하겠다고 연대를 호소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도 연단에 올라 “노동자가 하나가 돼야 한다. 하나가 되면 이긴다” 하고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을 당부했다.

부분 파업을 하며 6일 과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철도노조의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 분위기는 최근 투쟁 중 가장 좋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사진 임수현

지부장 선거에서 전투적 좌파 지도부를 당선시킨 기아차 조합원들의 사기도 높았다. “최근 쌍용차 투쟁 등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해 많이 미안했는데 앞으로는 잘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주최측이 준비한 영상물에서도, 집회장에서도,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을 하려면 두 길 보기를 하지 말고 진지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MB 투쟁

양 노총 지도부 모두 노동자대회에서 총파업을 선언했고 준비 계획을 발표했다.

주최측 예상을 뛰어넘는 참가 규모와 사기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 전반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주말 여의도공원은 노동자들 20만 명이 투쟁을 결의한 장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축제의 장이었다. 용산 철거민들, 아프가니스탄 파병 반대 단체들, 4대강 반대 단체들, 복지예산이 줄어든 장애인들 등이 노동자운동과 함께 하기 위해 여의도공원을 찾았다.

양 노총 지도부는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에 국한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반노동·반민주 정책에 맞서는 광범한 투쟁의 진짜 주력부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은 그 가능성을 충분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