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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후드 미군 기지 총기 난사 사건 - 제국주의 전쟁이 낳은 비극

미국 반자본주의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기자 에릭 루더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참전 병사들’ 회원 트레이 킨들링거가 텍사스주 포트후드 미군기지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을 좀더 큰 맥락에서 살펴본다.

한 미군 심리치료사가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친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 사건의 용의자 니달 말릭 하산 소령은 대학을 졸업한 뒤 애국심에 이끌려 입대했다. 그의 주변 지인들은 그가 평소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 출신 부모를 둔 하산은 미국에서 태어나 버지니아주에서 자랐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군대 안팎에서 쏟아진 인종차별적 모욕과 비난 속에 그는 고립감을 느꼈다. 아라비아어로 “알라는 사랑”이라고 쓰인 하산의 자동차 범퍼 스티커는 찣겨져 나갔고, 포트후드 미군기지 주변 그의 아파트 단지에 주차돼 있던 차는 열쇠로 긁힘을 당하곤 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사는 하산의 삼촌 라픽 이스마일 하마드 씨는 하산이 그에게 전해 준 경험담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동료 병사들이 하산에게 기저귀를 건네 주며 머리에 쓰라고 했다든지, 낙타가 그려진 종이조각에 “이게 네 자가용이다” 하는 글을 써 하산의 차에 놓아 뒀다든지 하는 에피소드들 말이다.

하마드 씨는 하산이 이런 모욕을 겪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려 애썼다고 했다. 그래서 하산은 삼촌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들이 무지한 것뿐이에요. 제가 저들보다 더 미국인답습니다. 저는 저들보다 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있어요. 저들이 뭐라 하든 난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하마드 씨는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은 그들에게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산은 그들을 증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쌍해했죠.”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그는 분명 깊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사는 하산의 조카 무함마드 무니프 압달라 하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산이 받은 스트레스가 그가 군대를 떠나려고 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그가 무슬림이고, 아랍계이고, [알라에게] 기도를 한다는 것이 그가 인종차별을 겪은 이유였습니다. 그들은 하산을 자신들의 동료로 대하지 않았어요. 하산은 소령이었지만, 다른 소령들은 하산을 소령으로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네가 미군 소령인 것을 인정하지. 그렇지만 넌 아랍계 무슬림이야. 너는 너 나름의 전통과 가치가 있고, 우리는 우리의 전통과 가치가 있어.’ 그는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는 응당 받았어야 할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인종차별적 모욕과 함께, 미군 심리치료사였던 그는 전장에서 겪은 공포 때문에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는 병사들과 마주해야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심리치료사들이 하루종일 상대하는 환자들 다수는 우울하고 화가 나 있으며 상처받은 이들이다. 섬뜩한 이야기를 하곤 하는 그들은 계속 우울해 했고, 회복 속도는 더뎠다. 일정 시간 동안 전투와 상실감에 대한 얘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가장 출중한 심리치료사조차 무감각해지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날 군대 내 심리치료사와 심리학자 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자신이 한창 전쟁 중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투 부대로 배치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하산 소령은 그것을 회피하려 애쓴 군대 내 심리치료사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근무 중 자살한 병사는 올해에만 1백17명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병사 55만 3천 명을 상대할 심리치료사가 4백8명밖에 안 되는 현실은, 병사들의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들이 무기력과 절망에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스테판 스탈 박사는 포트후드 미군기지 심리치료사들의 노동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죠. … 심리치료를 하기에는 정말 끔찍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타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치료는 위험을 수반한다. 심리치료사들은 범죄나 성폭행, 또는 전쟁에서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일을 하는데, 심리치료사들을 관찰한 연구자들은 이들이 제2차 정신적 외상이라고 불리는 증상, 일종의 대인 장애를 겪는다고 말한다. 9.11 테러에서 파생된 사건들을 다룬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연구한 2004년 보고서를 보면, 9.11 테러의 피해자들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진 심리치료사일수록 제2차 정신적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산의 삼촌 하마드 씨는 하산이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겪는 참전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하산은 심지어 숨 쉴 시간도 없다고 할 정도였어요. 압박은 너무나 크고 환자들은 너무나 많았던 반면, 조력자들은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는 ‘그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하곤 했어요. 그럼에도 환자들은 끊임없이 그를 찾았지요. 때로 하산은 환자들이 겪은 일들 때문에 울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들은 불구가 될 것이었고, 또 미쳐가고 있었으니까요. 하산은 정말이지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후드 카페 아래’라는, 포트후드 병사들을 위한 반전, 친병사 휴식공간을 운영하는 신디 토마스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정신병을 앓고 있는 병사들은 정말 끔찍한 처우를 받아요. 더 많은 병사들이 미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기합니다. 심지어 장교들도 PTSD(우울증과 심리적 압박 증세)를 보입니다. 조만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될 이들은 더 심각합니다. 결코 안정적인 심리상태가 아니죠. 엄청난 압박감 속에 그들은 더 빠른 속도로 상태가 악화합니다. 일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상의 압박 속에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배치되지 않는 이들도 PTSD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하산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는 전쟁에 더 분명히 반대하게 됐다.

하산의 지인인 발 핀넬 박사는 하산이 교실이나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히 반전 입장을 피력했다”고 기억한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핀넬은 포트후드 총격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지만, “하산 소령이 과거 나에게 했던 말이나 다른 사람에게 한 말들을 떠올려 보면 놀랄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하산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라고 믿은 것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미국이 소말리아 군벌 오스만 아토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2003년, 윌리엄 보이킨 장군이 했던 말을 떠올려 보자. “오스만 아토는 CNN에 나와 우리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절대 나를 잡지 못할 것이다. 알라가 나를 보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쎄, 난 나의 신이 그의 신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나의 신이 진짜고 그의 신은 우상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2009년 9월, 보이킨은 이렇게 선언했다. “미국에 이슬람보다 더 큰 위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산이 병사들과 상담하며 바그다드 거리와 아프가니스탄 산맥에서 무고한 여성과 아이 들을 죽인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을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가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느꼈을 혼란, 즉 미국인으로서 갖는 애국심과 팔레스타인 출신 부모를 둔 무슬림으로서 미군 점령 아래 이라크인들과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서 느끼는 동정심 사이에서 심리적 동요를 겪었을 것은 확실하다.

하산이 일으킨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포트후드는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미군이 매일처럼 일으키는 비극적 사건 때문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느끼는 슬픔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결혼식장을 폭격하면서 그 가족들은 가장 행복한 날에 수십 명이 죽는 비극을 겪었다. 이라크 팔루자, 바그다드, 바스라의 검문소에서는 미군의 총격에 한 가족 전체가 몰살당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하산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총을 장전한 것은 미군이었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미군의 살육전, 전장에 보내는 군인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병사들이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울 심리치료사들을 무시하는 미군의 태도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다.

따라서 이슬람의 “폭력 교육”이 비극의 원인이라는 우익 언론의 독선적인 결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예컨대,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군기지에서 미군 병장 존 러셀이 동료 5명을 총으로 쏴 죽였을 때, 누구도 그의 종교를 갖고 이 사건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하산의 종교를 갖고 포트후드 미군기지에서 일어난 비극을 설명하려 해선 안 된다.

포트후드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끊임없이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를 양산하며 무의미하게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낼 만큼 거대한 사회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번역: 조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