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내세웠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취업후상환제) 시행안이 공개됐다. 정부는 ‘취업후상환제’를 발표하며 등록금 문제를 다 해결한 듯 생색을 냈지만 시행안은 애초 계획보다도 훨씬 더 후퇴해 실효는 없고 서민 부담만 더욱 키우는 방안이다.

애초 정부는 졸업 후 일정 소득 이상 발생했을 때 대출금 상환을 시작하면 되고 “최장 25년인 상환기간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완전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정부 시행안대로라면, 취업을 하지 않아도 졸업 후 4년이 지나면 무조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산조사를 통해 강제 징수하거나 보증인을 세워 일반 대출로 강제 전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질 실업률이 14퍼센트에 이르고 특히 대졸 20대 실업률이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정부의 안은 학자금 신용불량자 양산을 졸업 4년 후로 유예하는 안에 지나지 않는다.

상환 기준소득 수준을 최저생계비에 맞춘 것도 터무니없다. 연간 1천5백만 원만 벌면 돈을 갚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자율도 5.5퍼센트로 일반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등록금 빚과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가혹한 기준들이다.

채무 탕감 얘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번 시행안은 “등록금 고통에 대한 고려없이, ‘채무불이행률’을 낮추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등록금넷) 있다. 정부는 부자감세, 4대강 삽질 사업 등으로 커지고 있는 국가 채무 부담을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소득분위 하위 계층에게 지급해 오던 무상 장학금과 학자금 이자 지원도 없애 버렸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의 말처럼 정부의 안은 “무상장학금·무이자 혜택이 없어진 것은 물론 현행 제도에선 최장 10년인 거치기간이 7~8년으로 짧아져 저소득층에겐 오히려 ‘개악’에 가깝다.”

이명박은 반값 등록금을 약속한 적 없다며 국민을 기만하더니, ‘친서민’ 운운하며 1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학생과 노동자·서민을 또 한 번 우롱했다.

교육재정을 확충해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 부자감세, 4대강 삽질할 돈의 일부만 교육재정으로 확충한다면 등록금 인하는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