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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⑤:
이명박의 기후변화 대책은 해결책이 아니라 지구 죽이기

[편집자]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COP15)가 개최된다. 그러나 이 회의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날 듯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 설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보다 기업들의 이윤을 더 신경쓰는 이들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11월 17일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보다 4퍼센트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언론은 개발도상국 최고 수준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개도국들에 비해 감축량이 너무 크다(중앙일보, 10월 31일자 사설)”고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저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난하고 복지를 삭감할 때에만 신자유주의 선진국과 비교하고, 기업주들이 불리할 때에는 늘 개발도상국과 비교한다) 백번 양보해서 이를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2020년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30퍼센트 감축한다는 것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을 경우 2020년에 배출하게 될 온실가스를 전망한 다음에, 이에 비추어 3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애초 내년에 등록금을 10퍼센트 인상할 예정이었는데 8퍼센트 인상으로 바꿨으니 “등록금을 2퍼센트 내렸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토의정서는 미래의 배출전망치가 아닌 1990년도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은 1년 전에는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해놓고선(2008년 9월 19일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 이번에는 2005년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배출전망치를 일부러 높게 잡았다.

1990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90퍼센트 이상 늘어난다.

요란한 광고

‘녹색성장’ 재정계획을 보면 더 어이가 없다. 향후 5년간 1백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과 위험천만한 핵발전소 건설(‘탈석유·에너지 자립 강화’)이 포함된 부문들이 전체 재정계획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보금자리 주택과 방송민영화와 의료민영화까지 녹색성장을 위한 재정계획에 포함돼 있다.

반면에 기후변화를 진짜로 막기 위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는 2007년 전체 에너지 대비 2.4퍼센트에 불과한데, 이명박은 이를 2020년까지 고작 6.1퍼센트로 높이겠다고 한다. 화석연료와 핵 발전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 구조를 사실상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렇게 한줌밖에 안 되는 신·재생에너지마저도 기후변화 방지 효과가 거의 없는 폐기물 발전과, 생태계 파괴가 크고 수몰지역 이재민들을 양산하는 대형 수력발전이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력, 태양열, 태양광 발전 같은 진짜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중 0.05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명박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정부가 보조해오던 발전차액보조금 제도를 2012년부터 폐지하고 공급의무할당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사들여야하는 전기가 많아져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그 비용을 전력 기업들이 전기료 인상에 반영하도록 했다. 기업들의 반발 때문에 의무할당제 자체의 실효성도 의심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실효를 거둔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정부와 기업이 아니라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마존 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생태계의 보고인 서해안 갯벌에 방조제를 지어서 세계 최대 규모 조력 발전소들을 연거푸 짓겠다는 계획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무계획적인 대형 토목공사는 오히려 멀쩡한 갯벌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랬더니, 온실가스만 줄이고 지구는 죽이겠다는 셈이다.

2005년 미국 남부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컸던 것은 해안과 도시 사이의 습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큰 서해안 갯벌이 사라지면 기후변화 때문에 더욱 강해질 태풍과 홍수에 그만큼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생태계 파괴 때문에 1966년 이후 대규모 조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됐고, 방조제가 필요 없는 조력 발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요란한 광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숫자놀음이거나,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거나, 생태계를 더 파괴시킬 내용들이다.

〈레프트21〉 웹사이트에 12월 12일 코펜하겐 국제 시위 준비 소식 기사가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