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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저항:
“어떻게 ‘신이 내린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할 수 있나”

정부가 최근 2010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안’을 발표한 가운데,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과다한 임금·복지”가 도마 뒤에 올랐다.

보수 언론들은 “과도한 복지혜택과 안정성, 고임금의 공기업들”이 “고강도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런 비난이 터무니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철도공사 차량정비에서 일하는 홍모 씨는 “어떻게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데서 뼈 빠지는 중노동에 시달릴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일이 힘들 뿐 아니라, 협착사고로 손가락이 으스러지고 레일에 손가락이 잘리는 경우도 잦습니다. 작년에 제가 들은 소식만 따져도 여러 명이 열차에 치어 사망했어요.”

최근 심해진 노동통제는 노동자들을 더욱 고되게 만들고 있다. “요즘엔 쉬는 시간까지도 간섭하며 통제가 심해졌어요.”

춘천의 발전소에서 일하는 김모 씨는 “정원감축, 임금동결도 모자라, 복지제도들도 모두 축소하니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라며 “우리를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당사자로서 정말 억울하고 화가 치민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정원감축 계획이 확정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열어서 정원감축안을 통과시켰어요.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온 거죠”

철도공사에서 9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김모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미 규모가 작은 부서들, 흔히 말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서들은 외주화 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속죄양 삼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도 성토했다.

“정부가 공기업 예산을 줄이고 임금을 또 동결하겠다는 것은 4대강 사업과 연계된 것 아닙니까? 수자원공사에만 8조 원을 떠넘긴다는데, 말 그대로 불도저식으로 4대강을 밀어붙이면서 민생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겁니다.”(철도 노동자 김모 씨)

“정부는 지금 철밥통이니 뭐니 몰아가면서 공기업, 공무원에 대해 반감을 조장해 뭔가 해보려는 것 같아요. 이명박이 정권을 잡은 것 자체도 대국민 사기극이지만, 권력을 휘두르다 보니 뜻대로 안 돼 왔습니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정부 소속의 공기업, 공무원들을 희생양 삼으려고 하는 겁니다.”(가스 노동자 김모 씨)

실제로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2백13조 원에 달하는 공기업 누적적자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도 노동자들에게 물으며 구조조정을 강요한다. 4대강, 경인운하, 고속철도 건설, 인천공항철도 등의 손실 수십조 원을 고스란히 공기업 부채로 이전시킨 정부가 적반하장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관련 예산 30조 원과 부자감세 90조 원만 원상 복귀되면 일자리·복지 확대와 공기업 부채 보전이 가능하다.

철도 노동자 이모 씨는 공기업에 대한 흑자 전환 주문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철도공사가 2012년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면 민영화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선로보상비까지 공사에 떠넘기면서 어떻게 흑자를 바랍니까?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1백 퍼센트 적자를 안 보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가스공사에서 일하는 박모 씨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대해 비판했다. “이명박이 가스 민영화를 않겠다고 말한 지 1년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민영화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격을 낮춘다는 것은 이미 들통 난 거짓말이에요. 요금이 대폭 오를 거라는 걸 온 국민이 다 알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은 단결과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전 노동자 김모 씨는 “우리의 상대방이 진짜배기 자본가인 만큼, 단결해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도 노동자 이모 씨도 “노사관계라는 게 아예 형성이 안 될 정도로 무조건 탄압으로만 일관하는 사측과 정부를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급 공공기관장들은 지난 6일 공공부문 하루 파업 이후 발전노조와 가스공사노조에 대해 단협해지를 통보하고, 1백7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탄압은 노동자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 철도 노동자 홍모 씨는 “오히려 최근에 싸우려고 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참여율도 낮았지만, 참가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사상 최고의 파업 찬성율이 우리의 분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촛불민심에 밀려 공기업 구조조정을 늦춰 온 이명박 정부는 최근에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에 밀려 워크숍 날짜를 조금씩 연기하고 있다.

이는 “임기 중 세상 인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떤 이명박이 결코 “세상 인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에 민감하다.

따라서 오는 26일을 전후로 계획된 순환파업과 28일 열릴 양대노총 공공연맹의 수만 시위는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의 지적처럼, “공동투쟁의 정신을 살”려 더 큰 단결을 만들어 나간다면, 많은 사람들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 파업 당시 아고라에선 “이명박을 이겨달라”, “힘내라”는 응원 글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것은 파업의 손발을 묶는 필수유지업무제를 뛰어넘어 “전면파업을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