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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승 교수의 반전 강연:
“아프가니스탄은 침략자들의 무덤”

반전평화연대(준)가 주최하고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 단체 연석회의’가 후원한 토론회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참상과 한국군 재파병’에는 1백여 명이 참석해 최근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반감과 관심을 보여 줬다.

토론회 연사인 한국외대 유달승 교수(이란어과)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근본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달승 교수 ⓒ사진 임수현

“’테러와의 전쟁’은 9.11 이전부터 미국이 준비해 온 전쟁 프로젝트입니다. 즉, 미국은 소련 붕괴 뒤 중앙아시아 지역, 특히 카스피해 주변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이런 관점이 반영된 것이 바로 1999년에 통과된 ‘실크로드 전략법’입니다.

“냉전 시기 대소련 방어망 중심으로 배치됐던 미군이 이제는 자원을 중심으로 재배치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카스피해 주변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고 군대를 배치해 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통제권을 얻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주변 강대국들을 견제하려는 것이죠.

“그런데 카스피해 주변 자원을 안정적으로 운송하려면 송유관을 건설하고 그것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서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흔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파이프라인 전쟁’이라고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은 5개 핵보유국, 즉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의 교착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 지역에 군대를 영구 주둔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다. 유달승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현실, 오바마 정부의 ‘아프팍 전략’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반복된 침략과 저항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아프가니스탄을 ‘침략자들의 무덤’이라고 하지요.

“오늘날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2006년 이후 등장한 ‘신(新)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여러 반점령 세력이 연합한 전선체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미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침략자들의 무덤

“오바마의 ‘아프팍 전략’은 첫째,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파키스탄까지 전선이 확대된 것입니다.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 탈레반을 소탕해 파키스탄을 경유하는 송유관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지요. 둘째로 이 전략은 알카에다 척결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것은 탈레반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탈레반의 내부 분열을 노리고 있지요.

“저는 결국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얼마 전 카르자이가 아프가니스탄 2대 대통령으로 당선했는데, 이미 그는 통치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요. 궁여지책으로 탈레반을 정부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그마저 탈레반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전쟁이 아닙니다. 전선이 따로 있지 않아요. 정부가 말하는 파병군 규모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파병이 결코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봅니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는 재외국민과 파병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추가 파병을 하려 할 겁니다. 우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목적을 경제적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합당한지’, ‘베트남 전쟁은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했던 데 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자원 패권 문제와 연관이 깊어서 미국에게 더 사활적인 게 아닌지’, ‘왜 한국은 미국 정부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알아서 파병을 추진한 것인지’ 등등.

ⓒ사진 임수현

한 토론자는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하는 것은 자원 확보 문제도 있지만 ‘글로벌 코리아’란 말이 보여 주듯, 세계 지배자들 사이 위계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픈 한국 지배자들의 욕망이 표현된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석유는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자원으로서 권력 장악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미국이 왜 석유를 장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지 설명했다. 또 미국이 거듭거듭 전쟁을 벌이는 데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자신의 힘을 경쟁국들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끝내는 데 반전 운동이 한 구실을 언급하며 아래로부터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오늘날 미국 지배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4만 명을 추가로 보낼지를 두고 심각하게 분열해 있다”며 “이들은 군대를 더 보내서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수렁에 빠지길 원치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국 증파와 점령 연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반전 운동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달승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갖는 의미를 말했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한미동맹이 있고, 실제 미국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주변 동맹국들에게 추가 파병을 종용하기에 좋은 구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통해 카스피해 주변 자원에 대한 이권을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이슬람 지역에서 반한 감정을 촉발시킨 원인이었습니다. 이번 재파병 또한 그런 부정적인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