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을 수 없고 싸움에서 질 수도 없다. 이번에는 끝장을 봐야 한다."

3년 만에 전면 파업을 시작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사기는 높았다. 조합원들은 정부와 사측의 막무가내 탄압에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파업 첫 날, 철도노조는 전국 다섯 곳(서울, 부산, 대전, 영주, 순천)에서 총파업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역에는 조합원이 5천 명 넘게 모였다.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참가한 것이다.

그래서 필수유지업무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파업 첫날 화물 운송 차량은 90퍼센트 넘게 운행이 안 됐다. 한 지부 간부는 이번 투쟁에는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투쟁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허준영이 낙하산 사장으로 취임한 후 내놓은 단체협약 개악안이 워낙 나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다. 위기감과 분노가 참여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허준영은 사장 취임 후 "이제부터 내 이름은 ‘허철도’다", "직원들을 사랑한다"고 떠들어댔지만 한 일이라곤 노동조건을 떨어뜨리고 노조를 탄압하는 이명박식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한 것밖에 없다. 허준영이 강행하려는 단체협약 개악안은 안정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적정인력 확보와 노동조건을 대폭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원들은 그래서 이명박과 허준영을 규탄하는 발언에 특히 환호했다.

"사장 6개월 만에 철도공사를 망가뜨렸다. 허준영이야말로 무릎 꿇어야 한다."(김재길 전 위원장)는 발언은 큰 박수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악법 날치기에 맞서 투쟁하는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도 와서 연대사를 했다.

"경찰청장 시절에 농민들을 죽이고,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던 자가 이명박의 하수인이 돼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이명박의 실정에 반대해 국민이 들고 일어서고 있다. 결코 외로운 투쟁이 아니고 오히려 반드시 승리할 투쟁이다."

현장 활동가들도 오전 허준영의 파업 대책 기자회견을 떠올리며 이구동성으로 "우리야말로 허준영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다짐했다.

각 현장 간부들의 결의 발언도 있었다.

"단체협약 일방 해지는 일방적인 노동자 죽이기다. 목숨을 걸고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앞장서 싸우겠다."

"정부와 사측이 우릴 무시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이동권을 지키는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이 지닌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집회장에서 만난 현장 간부들은 싸움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내 업무가 정비 검수다. 인원이 줄면서 차량 검수가 더 부실해졌다. 우리의 노동조건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하는 문제다.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는 그래서 용납할 수 없다."

"어차피 허준영은 이명박의 앞잡이다. 우리는 사실 허준영이 아니라 이명박과 싸우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장관 정종환은 오늘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은 파업의 불법성 여부 검토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불법 탄압을 저지른 것은 사측이다. 허준영은 단체협약도 무시하고 9월 8일 하루 파업 때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바로 어제 사측의 이 행위가 노조의 합법 파업을 방해하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완강히 나오고 있지만 철도노조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기자가 한 지부 간부와 대화하던 도중 그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직위해제’를 알리는 역장의 문자메시지였다.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 등 많은 연사들이 "단체협약을 일방 해지하는 상황에서 물러설 수도 없고, 패배해서도 안 되는 투쟁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강력한 파업 전술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불편한 산개 파업보다 집단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강력한 거점 투쟁이 필요하다."

"필수유지업무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오늘 민주노총은 노사정 6자 회의 결렬과 양대 노총 총력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실질적인 선봉부대가 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승리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