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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도곡동 땅 주인은 이명박이라는 전표 봤다”:
한상률 게이트의 진실을 알고 싶다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고위공무원 안원구가 전 국세청장 한상률 등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치부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안원구의 폭로에는 여러 명의 ‘정권 실세’가 등장해 이 사회 권력자들이 얼마나 부패했고 비리의 사슬을 통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지를 보여 준다. 지배자들의 추악한 권력 다툼과 배신, 그리고 그 사이에 오가는 로비와 뇌물은 정말 “삼류 정치소설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들”(민주당 박주선)이다.

세계일보의 1993년 3월 27일자 보도 이런 진실을 누가 한사코 막으려 하는가

대구 국세청장이던 2007년 말 포스코 정기 세무조사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전표를 발견하면서 안원구의 비극은 시작된다. 이어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세청에서는 온갖 복마전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노무현 때 임명된 한상률은 이명박 당선 뒤에도 국세청장 자리를 지키려고 로비를 했다. 한상률은 정권 실세에게 10억 원을 줘야 한다며 안원구에게도 3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울러 국세청 차장 자리를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정통 TK 출신 관료인 안원구는 TK 인맥을 통해 ‘형님’ 이상득과 접촉했다. ‘만사형통’의 힘 덕분인지 한상률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10억 원은 마련됐을까? 그랬다면 누구에게 간 것일까?

한상률은 그 후 이명박에게 충성을 다했다. 안원구 측근에 따르면 한상률은 안원구에게 “당신이나 나나 지난 정부 사람이라고 이 정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이때 우리가 이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단다. 그래서 노무현 후원인 박연차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해서 이명박에게 독대 보고를 했다고 한다. 노무현의 자살은 이런 기획수사의 결과였을 것이다.

한상률의 로비는 계속됐다. 4대 권력기관장 교체설이 나돌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한상률은 이상득 측근과 골프를 치고 이명박 동서와 만찬을 즐겼다. 그러나 한상률이 전임 국세청장 전군표에게 5천만 원에 이르는 그림을 뇌물로 바쳤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한상률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상률은 뇌물 제공으로 처벌받기는커녕 느닷없이 5년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한상률이 이 정권의 ‘진실’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기에 ‘유학을 간 게 아니라 보내진 것’이라는 ‘기획출국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도곡동 땅의 ‘진실’을 알고 있는 안원구도 “청와대 최고위층을 포함한 정부 전체의 판단”이라며 지속적으로 사퇴를 종용당했다. 이 모든 게 ‘도곡동 땅 들여다 본 죄’ 때문이었다.

‘11시간 감금’을 당하는 등 신변의 위협까지 느껴 온 안원구는 TK 선배인 특임장관 주호영에게 편지를 써 구명도 시도했다. 안원구는 “VIP[이명박]와 관련된 ‘도곡동 땅’에 대한 내용의 문건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 철저한 보안유지를 지시[해서, 결국] … VIP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냄새를 맡은 《월간조선》이 국세청 관련 기사를 10월호에 내려 하자 국세청이 ‘기사 무마 로비’로 기사화를 막았다. 11월호에 다시 기사화하려 하자 이제는 국가정보원과 청와대까지 나서 전방위로 막아섰다(〈미디어오늘〉).

나아가 검찰은 입을 열기 시작한 안원구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구속된 안원구가 필사의 폭로전에 나서며 진실들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은 서막에 불과”(〈한겨레21〉)하다고 한다.

《신동아》 인터뷰와 민주당 의원과의 만남 직전에 안원구가 긴급체포되고 곧바로 접견금지된 사실만으로도 정권이 매우 다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국무총리실 차장이 긴급히 미국으로 건너가 한상률에게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원구 파일에는 한상률이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기업체 정보가 대거 포함돼 있고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주고받은 2백억 원대의 미술품 로비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는 얘기도 있다(〈경향신문〉). 민주당 박지원은 박연차 여비서의 다이어리에 태광에서 MB쪽으로 간 자금 리스트가 담겨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이 사회 권력자들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서 얼마나 추악한 아귀다툼을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모든 진실이 모조리 밝혀져야 한다. 한상률은 당장 한국으로 범죄인 인도돼야 하고 이상득을 비롯한 모든 책임자들은 당장 사퇴·처벌돼야 한다.

이것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명박을 비롯해 이 사회 핵심 권력자들이 엮여 있는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다. 당장 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가 이번 사건 담당 검사이기도 하다.

이명박이 그토록 공을 들인 ‘언론 장악’이 힘을 발휘하는지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고 있다.

이명박뿐 아니라 부패 사슬의 일부인 자들 모두가 “그게 터지면 그때는 다 끝장난다 이거지”(안원구의 녹취록)라는 심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의혹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강력한 반부패 투쟁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