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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위기, 모래 위에 세운 자본주의를 보여 주다
거품이 터지면서 ‘두바이 드림’도 끝났다

11월 26일 중동의 두바이 충격이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한 번 흔들어 놓았다. 6백억 달러가량의 외채를 가진 두바이 국영회사 ‘두바이월드’가 내년 5월까지 채무 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금융시장 위험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두바이월드는 내년 5월까지 상환 또는 재융자해야 하는 부채만 56억 8천만 달러에 달하는데, 두바이월드의 지난해 총수입이 30억 달러, 순수입이 2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급 불능(디폴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초대형 인공섬 리조트 ‘팜아일랜드’ - 엄청난 빚에 의지한 ‘삽질’은 결국 무너졌다.

아랍에미리트(UAE) 토호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막의 뉴욕’, ‘중동의 진주’로 알려진 경제 번영의 정점(頂點)이었다.

중동의 ‘금융 허브’를 지향하며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법인세를 폐지해 중동의 오일 머니와 미국·유럽 등의 자금을 끌어 들였다. 그리고 야자 잎 모양의 초대형 인공섬 리조트 ‘팜아일랜드’, 세계 최고층 건물 ‘버즈두바이’, 사막에 들어선 실내 스키장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여 3천억 달러가량을 투자했다.

국가 부도

그러나 이번 미국발 경제 위기로 부동산값이 폭락하고 신용이 경색되면서 지난해부터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빚을 계속 지면서 건설 사업을 벌이던 것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두바이는 이미 올해 2월에 아부다비로부터 1백억 달러를 지원받아 부도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구제금융으로 약 9개월을 버티다가 2차 부도 위기가 터진 것이다.

이번 두바이 충격이 즉각적인 연쇄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두바이 사태로 선진국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신흥시장에 유입되는 투자자금도 축소돼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바이의 채무불이행은 크게 세 가지로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중동에서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한 두바이의 채무불이행으로 중동 금융시장이 경색될 것이고, 동유럽, 아일랜드, 그리스, 남아공처럼 부도 위기에 빠진 국가들의 위험도를 더욱 높였다.

둘째, 두바이에 자금을 지원한 서유럽 은행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보면, UAE의 1천2백30억 달러어치 외채 중 바클레이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BNP파리바, ING그룹, HSBC 등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약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우리 나라 증시에 투자한 외국계 자금 중 유럽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퍼센트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미국도 두바이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직접 대출은 적지만, 유럽 금융기관들이 두바이에 대출을 해 주면서 미국 금융기관들에서 신용 보험을 구입했을 수 있다. 두바이의 채무불이행을 미국 금융기관들이 보상해야 하는 것이다.

또, 두바이월드는 미국 각지에서 호화리조트, 호텔, 휴양지 등에 투자를 했는데, 빚을 갚기 위해 이를 헐값에 매각할 경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부실해져 제2의 금융위기 도화선으로 언급되고 있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이 세계경제에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부다비가 얼마만 한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두바이를 지원하느냐로 위기의 폭과 심도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세계 도처에 얼마나 많은 금융 부실 폭탄이 깔려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도 보여 줬다.

두바이 몰락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하는 MB 정부

이명박은 대통령 후보 때부터 두바이를 방문하고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개발하겠다”며 앞장서 ‘두바이 따라 하기’를 독려했다.

HSBC 임원 출신이자 두바이국제금융센터기구 회장인 데이비드 엘든을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엘든은 “한국이 두바이 같은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제 중복부터 풀고 금융 서비스의 완전한 개방을 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중 설파했다.

지자체 단체장과 정치인, 기업인이 무슨 성지순례하듯 두바이를 다녀왔고, 보수 언론들은 특집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두바이처럼 법인세 폐지, 금융시장 개방과 노동유연화를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물론 지금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도 없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쥐어짜고, 부채에 의존해 대규모 토목 공사를 벌이고,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돈벌이를 허용하는 두바이 모델의 파산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산을 분명히 보여 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지배자들은 반성하기는커녕 4대강 삽질을 포함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일 뿐 아니라 부자 감세,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선진화, 노동조합 탄압 등 두바이가 몰락한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런 어리석은 질주를 막고 경제 위기에서 대중의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부자 증세,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