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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⑥: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를 막을 생각도, 의지도 없다

[편집자]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COP15)가 열린다. 그러나 이 회의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날 듯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 설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신경쓰는 이들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전 세계 기후변화 활동가들과 진보정당, 노동조합 등은 코펜하겐 회담장 앞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기후 행진’이라고 부르는 이날 시위는 그린피스, 지구의벗 등 환경단체들뿐 아니라 각국의 녹색당 등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남반구초점 같은 대안 세계화 운동 단체 등 59개 나라 4백22개 단체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행동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녹색연합, 다함께, 사회당이 이 시위를 지지하고 있고 기후변화 활동가 수십 명이 직접 코펜하겐에 가서 이 시위에 참가할 예정이다.

덴마크 활동가 요른 안데르센은 〈레프트21〉에 보낸 편지에서 이 시위에 적어도 수만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단체들이 이미 독자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대한 항의 시위를 위해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면 평범한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대중적이고, 요란하고, 눈에 잘 띄는 시위를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녹색·기후 네트워크, 시민단체, 정당, 좌파와 노동조합도 이 시위에 함께할 것입니다. 정치인과 언론은 이 시위를 탄압하려 합니다. 그들은 ‘폭도’ 수천 명이 코펜하겐을 쓸어버리려고 한다는 식으로 비난합니다. 그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문제를 가리려고 시위대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갈등은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냥 지금처럼 살기를 원하는 전 세계 지도자들·기업인들·신자유주의자들 사이에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영원히 지금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전 세계 지도자들은 자신들도 온실가스를 줄이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인 ‘동’(DONG)과 ‘바텐폴’(Vattenfall)조차 온실가스를 줄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렇게 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들은 2050년 목표치를 만들거나 아니면 구속력이 없는 2020년 목표치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유엔 기후회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일련의 합의들이 이뤄지기는 할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협상은 교토 의정서에 포함된 ─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북반구에서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는 데 실패한 ─ 시장 ‘대안’들을 유지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 협상들은 구속력이 없고 사회적·지구적 정의의 원칙에서도 벗어난 것들일 것입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이 ‘아래로부터의 행동’이라며 이 시위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기후회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지도자들은 협상 결과를 ‘인류를 위한 거대한 일보 전진’이라고 치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회담장 밖에서 수만 명이 시위를 벌인다면 이런 식으로 추켜세우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기후회의 결과가 무엇이든 거대한 시위는 회의 이후 벌어질 투쟁을 건설하는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위는 단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벌어질 투쟁들을 준비하며 지역적·국가적·세계적 수준에서 개인과 단체들을 연결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지난 몇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코펜하겐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같은 날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 올해는 기대가 컸던 만큼 그런 기대를 저버린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도 엄청날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환경 단체들과 기후 활동가들이 국내에서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데 다소 회의적이거나 소극적인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에서도 4대강 등 이명박 정부의 사이비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반대가 많은 만큼 이를 저지하고 진정한 대책을 요구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사이비 기후변화 대책

이명박은 지난 11월 유엔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로 시작한 거짓말 시리즈의 최신판일 뿐이다.

주요 언론들은 ‘2020년까지 30퍼센트를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를 대서특필하고 대기업의 기업주들은 엄살을 부렸지만 이는 완전한 사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연구소인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최소한 80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미 시행중인 교토협약도 1990년을 기준으로 5퍼센트 감축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국제’ 기준에 비춰보면 이명박 정부의 계획은 이미 1990년의 갑절로 늘어난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일 뿐이다. 30퍼센트라는 숫자는 ‘원래는 이 정도 늘어날 예정인데 그보다 30퍼센트 줄이겠다’는 것으로 억지로 만들어낸 통계치를 갖고 만들어낸 거짓말일 뿐이다. 게다가 정부 자신의 조사에서도 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따라서 그린피스와 WWF 등 국제적 명성을 지닌 환경단체들이 이런 이명박 정부의 계획을 지지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자신들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일 뿐 아니라 이명박의 거짓 녹색성장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의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 데나 ‘녹색’이라는 이름을 붙인 예산만 살펴봐도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거짓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예산은 해외 유전개발과 핵 발전 지원에 쓰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20년까지 원전 건설에 75조 4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도 핵 발전소 8기를 건설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더 짓겠다고 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연구 개발 예산은 2008년에 비해 2009년 예산에서 오히려 2.9퍼센트 삭감됐고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지급되던 보조금인 발전차액지원금도 삭감됐다. 저소득층에 지원되던 에너지 보조금도 삭감됐다.

4대강도, 댐 건설비도, 도로 건설비도 모두 ‘녹색’ 이름을 달고 있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철도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그 정책의 일부가 바로 지금 철도 노동자 수천 명을 해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의 사이비 녹색 정책을 아래로부터의 행동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그리고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일 뿐 아니라 ─ 의식하고 있지는 않을지라도 ─ 환경을 지키는 투쟁의 일부다. 이런 투쟁이 더 많아지고 결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