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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명박은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오바마가 미군 3만 5천여 명을 증파하는 아프가니스탄 ‘출구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래도 패하고 저래도 패할 것”(이매뉴얼 월러스틴)인 상황에서 이것은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전략’일 뿐이다.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피로 물든 이 지옥에 따라가겠다는 대표적 졸개는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보은’이라고 이것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황당무계한 일도 없다.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이 정부의 논리는 대개 이처럼 황당하다.

지난주에 있었던 ‘국민과의 대화’는 황당 논리의 종합판이었다. 정비된 4대강에서 로봇 물고기가 수질 감시를 한다는 설레발과 “청년 실업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한 적이 없고 ‘맞추라’고 했다”는 오리발을 들으며 많은 사람이 욱하는 것을 느꼈다. 짜여진 각본대로 낯간지러운 질문과 뻔뻔스러운 답을 하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는 것은 괴로웠다. 하지만 이명박의 소감은 놀랍게도 “진솔하게 내 마음을 다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하긴 이 정부에게 수치심이란 게 있다면 그토록 맹종하던 두바이 모델의 파산에 반성을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물론 세종시에 대한 말 바꾸기는 “부끄럽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말 바꾼 대로 한단다.

무엇보다 이명박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은 ‘한상률 게이트’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추악한 뒷거래와 권력다툼 끝에 터져 나온 이 추문은 안원구의 폭로를 통해 더러운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박사모 회장 정광용의 말대로 “안원구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스스로 하야하거나 탄핵”돼야 할 판이다.

이처럼 이어지는 말 바꾸기와 거짓말, 악행과 실정에 부패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이명박은 현재 최대의 정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번 추락을 시작한 지지율도 계속 자유낙하중이다. 더구나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은 팍팍한 서민 경제와 가계 부채 부담에 실질금리 상승은 대중의 분노에 부채질하고 있다.

탄핵

그래도 이명박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11월 22일 ‘4대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 때 소속 단체장들이 나와 “대통령님께 경의”를 표하고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한 민주당이 있다. 이 당이 이명박을 일관되게 반대하거나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중은 믿음을 갖지 못한다. 최근 노무현 회고록에서도 인정했듯이 “분배는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 이라크에는 파병[하고] …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이 민주당 정부였다. 따라서 그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친노신당이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자”(유시민)며 슬그머니 ‘진보’에 발을 걸치려는 것은 역겹다.

한상률 게이트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보여 주는 거대 방송과 신문사들도 이명박의 비빌 언덕이다. 전두환 정권이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청렴 정치에 앞장서 왔다”고 보도한 바 있는 김인규가 KBS 사장이 되면 이런 구조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폭력 탄압에 나섰다. 죄 없는 노동자들을 폭력 탄압으로 짓밟으며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 것이다. 지난여름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이 이런 탄압의 속죄양이 된 바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노총 지도부는 갑자기 이명박 정부와 타협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투쟁을 배신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결국 지난 한국노총 노동자대회는 15만 명을 모아놓고 거짓말을 한 희대의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잘 싸우는 듯하던 철도노조 지도부는 갑자기 국민적 지지 여론과 조합원들의 열의있는 참여에도 파업을 중단하는 잘못된 타협을 해버렸다.

진보진영과 민주노총에게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이다. 한국노총의 배신자들에게 등을 돌리며 단호하게 원칙있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진보진영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온갖 실정과 악행에 대한 반대 투쟁을 이것과 연결시켜야 한다. 한상률 게이트에 대한 규명과 단죄를 요구해야 한다. 거침없는 폭로와 선동을 통해 켜켜이 쌓인 대중의 불만과 분노를 행동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