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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토빈세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 금융 거래에 토빈세를 매겨야 한다는 생각이 드디어 실현되는가? 최근 유엔,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켄터베리 대주교, 로드 터너(영국 금융감독청 청장), 그리고 심지어 유럽연합도 토빈세 부과에 동의를 표했다.

지난주 금요일[12월 11일]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 금융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IMF가 연구하게 한다는 브라운과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안이 채택됐다. 지난주 말 〈가디언〉의 머리기사는 ‘왜 토빈세가 고든 브라운의 업적이 될 수 있는가’였다.

이것은 놀라운 변화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은 원래 1970년대 말에 외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의 주된 목표는 “지나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금융 시장 바퀴에 약간의 모래를 뿌려 국민경제와 정부 들에게 통화의 태환을 자율화하기 이전에 누리던 단기적 자율성의 일부라도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토빈은 세계적으로 통합된 금융시장이 국민국가의 경제적 통제력을 잠식하게 된 상황을 조금이라도 역전시키려 한 것이었다. 그는 1930년대와 제2차세계대전 후 등장한 좀더 조절되는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1990년대 말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등장하기 전까지 철저히 무시돼 왔다. 1998년 프랑스에서 아딱이 결성돼 토빈세 도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 움직임은 다른 나라로 들불처럼 확산됐다.

반자본주의 운동의 폭발적 성장으로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2001년 제노바 시위 후 토빈세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검토는 실제 도입 움직임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자 시티[영국 금융가]의 수호자였던 고든 브라운이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그럼 고든 브라운은 왜 돌연 마음을 바꿨을까? 그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금융 위기 때문이다. 주요 서방 국가들은 어마어마한 규모 ― 영국은행 조사를 보면, 미국, 영국과 유로화 사용 국가는 14조 파운드[2경 6천5백조 원]를 쏟아 부었다 ― 의 은행 구제 조처들을 통해 1930년대 규모의 불황이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살아남은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몸집을 가진 은행이 됐다. 이들은 정부의 지급 보증을 통해 확보한 준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엄청난 이윤을 벌 수 있게 됐다. 정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은행가들의 보너스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은행들이 현 경제 위기를 낳은 파괴적 행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위험하다.

은행들의 초과 이윤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실제 정치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주 영국 재무장관 앨리스터 달링이 은행가들이 2만 5천 파운드[약 4천7백만 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는 경우 50퍼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시티는 난리가 났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조처를 지지했고, 사르코지와 메르켈도 ― 메르켈은 마지못해 ― 승인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서방 국가들은 갑자기 토빈세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고, 토빈세 활동가들도 권력자들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빈곤 퇴치’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NGO 활동가 데이비드 힐먼이 (1년 전) 도하 고위급 회담에서 한 발표가 결정적 계기였음이 증명됐다.”

예전에 ‘조세정의네트워크’에서 활동했던 데이비드 힐먼은 경험이 풍부한 반자본주의 운동가이자 2004년 런던 유럽사회포럼의 주요 조직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전혀 놀랍지 않다. 토빈세 목표는 애당초 자본주의 타도가 아니라 개혁이었다. 물론, 토빈세 도입 캠페인이 가치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맥락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 토빈세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학계 내 주도적 토빈세 옹호자 중 한 명인 헤이키 파토마키는 토빈세가 “금융의 단기 실적주의 문제 자체”나 “세계 정치경제의 신용과 투자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이번 위기의 원인은 토빈이 해결하려 했던 금융시장의 문제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는 것이다.

번역 김용욱 기자

알렉스 캘리니코스 _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 /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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