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지도부가 지난 4일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유예, 노조 전임자 타임 오프제 시행”이라는 배신적 야합을 선택했다. 이명박이 노동조합을 약화시켜 구조조정과 고통전가를 확대하려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투쟁을 발전시키기는커녕 아예 악마와 손을 잡은 것이다. 지도부가 “‘타임 오프제’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 같다”며 둘러댄 대목은 기가 찰 뿐이다. 무엇보다 복수노조 전면 시행이라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를 가로막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모습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도부의 선택은 조합원 15만 명이 참가한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이어 80퍼센트 이상의 압도적인 가결을 통한 총파업 선언을 눈앞에 두고 한 굴욕적 배신이라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명분도, 원칙도, 실리도 없이 조합원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은 것이다.

특히, 이번 야합은 한국노총 조합원을 기만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노동 탄압에 저항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배신한 치욕스러운 타협이기도 하다. 더구나 철도노조가 탄압 속에서도 파업을 벌이고 있던 바로 그때 투쟁전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치욕스러운

지금, 한국노총 내에 반발은 상당하다.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교통운수노동조합 총연합회(KTF)’를 제외한 장석춘 위원장의 출신 연맹인 금속노련을 비롯해 화학노련, 공공연맹, 관광서비스연맹, 정보통신연맹 등 회원조합 대표자들이 각각 성명서를 내고 ‘노사정 합의 거부, 지도부 총사퇴, 정책연대 파기,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등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는 “이번 노사정 합의가 한국노총·한나라당 정책연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한국노총 정책연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 방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과 공동집회를 개최한 공공연맹은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강고한 연대와 단결된 힘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지도부의 독단으로 정부와 야합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 주고 있다. 조합원들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헌신짝처럼 버렸다”, “여태까지 믿고 따라온 결과가 고작 이거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투쟁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한 번 제대로 맞서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한 것이니만큼 반발과 저항이 거센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아래로부터의 분노와 투쟁의 결의를 모아 실제로 지도부를 총사퇴시키고 밀실야합인 노사정 합의를 무효화하는 일이다. 각 연맹 지도부들과 간부들은 곳곳에서 발표된 분노의 표현들을 모아 행동에 옮기기 위한 실천과제를 제기하고, 시행에 옮겨야 한다.

또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반노동 정책에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강력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