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핵 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언론들이 어찌나 요란법석을 떨며 보도했는지, 이를 보고 있으면 “드디어 한국 경제에 희망이 비치는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한국의 핵 발전소 수출이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이익일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핵 발전소는 ‘예산 먹는 하마’로 악명이 높다. 이번 사업 예산이 역대 최고인 이유다. “핵은 값싼 전력”이라는 거짓말과 달리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 없이 운영되는 핵 발전소는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 입만 열면 ‘자유시장’을 얘기하는 미국에서도 핵 산업계는 이미 20조 원이 넘는 정부의 빚보증을 더 늘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핵 발전소 건설과 유지에 쓰이는 천문학적인 예산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와 복지 예산을 희생시키며 충당돼 왔고 이는 아랍에미리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0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20주년을 맞아 벌인 핵 발전 반대 시위 ⓒ사진 제공 녹색연합

각국 정부는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핵은 청정에너지”라는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만큼 지구와 후손을 위해 양보하라는 것이다. 이명박도 이미 지난해부터 ‘녹색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풍력과 태양 발전이 아니라 핵 발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핵 발전소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핵 발전은 원자로만 갖고 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려면 우라늄 채굴과 추출, 운송과 가공, 원자로를 밀폐할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과 폐기물 저장소 관리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하면 핵 발전은 풍력 발전보다 일곱 곱절이나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Energy Policy, 2008). 게다가 핵 발전소 예산이 많아질수록 풍력과 태양 발전에 쓰여야 할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핵 발전을 둘러싼 세 번째 거짓말은 “핵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보수 언론의 거짓말과 달리 한국에서는 전력 생산을 중단할 정도의 사고만 해도 지난 5년 동안 40건 이상 있었다. 또 방사능 유출 확률이 “1백만 분의 1”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방사능 유출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부의 보증 없이는 어떤 사업자도 핵 발전소 건설에 나서지 않는다. 이번에 아랍에미리트 사업을 수주한 한국전력도 1년 전 터키에서는 사고 발생 시 져야 할 책임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우라늄 채굴, 제련, 농축, 핵 연료 가공, 핵 발전소 가동, 폐기물 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있고 특히 방사능 폐기물은 수십만 년 동안 지하에 보관해야 한다. 수십만 년은 인류가 구석기에서 오늘날 문명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더 큰 문제는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가 대부분 은폐돼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입장 변화 유감

암과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방사선은 많은 양에 순간적으로 노출되든, 적은 양에 장기간 노출되든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런데 작업장에서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전체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핑계로 이들은 대부분 방사선 노출에 의한 피해로 판정되지 않는다. 체르노빌 핵 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갑상선 암 증가와 같은 피해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핵이 안전하다고 떠들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명박의 핵 발전소 수출은 아랍에미리트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핵 발전소 수출 계획 자체가 국내에 핵 발전소를 확대하는 이명박 식 ‘녹색성장’ 계획의 핵심적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핵 발전소 20기가 가동중이고 12기를 추가로 짓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은 2030년까지 8~12기를 추가로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번 수출을 계기로 더욱 탄력 받을 듯하다. 물론, 거기에는 막대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된다. 이렇게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핵 발전소는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를 고스란히 한국인들에게도 안겨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원전[핵발전소] 수출이 달갑지 않”다던 올바른 입장(12월 28일치 사설)을 하루 만에 바꿔 “이미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원전시장에 뛰어들 수는 있”다고(12월 29일치 사설) 한 것은 유감이다.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한 역사를 돌아보면 외국 공사를 수주해서 받은 돈이 결코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언론에서 아랍에미리트 수주 실적과 자주 비교하는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1990~2005년)의 경우, 시공사인 동아건설이 분식회계와 무리한 확장으로 부실을 키우다 1조 원이 넘는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다시 그 돈을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상납하는 부패 추문이 폭로되면서 결국 파산했다. 

수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동아건설에 일하던 6천여 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해고당했다. 동아건설과 함께 공사를 따냈던 대한통운도 택배 기사들에게 건당 40원의 인건비 인상도 아까워서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이다. 이처럼 대형 공사를 수주한다 해서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알아서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끝으로 핵 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한국의 노동자들이 이른바 ‘국익’을 위해 정부 편에 서서 핵 발전의 안전함과 ‘한국의 기술력’을 편들 수 있을까? 핵 발전소 폐기를 요구하며 재생에너지 도입을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핵 폐기물과 기후변화 문제 모두에서 우리와 아랍에미리트 사람들, 그리고 후손들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한국 지배자들이 중동의 핵무기 경쟁에 뛰어드는 꼴

강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들어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뿐 아니라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등도 핵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핵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핵 발전소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주요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으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자, 이번에는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은 중동 국가들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못 하도록 협정을 체결해 핵 발전소가 핵무기 개발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일부 미국 의원들은 결국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UAE의 핵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발전소는 반대하면서 다른 중동 국가들은 허용하는 것은 명백히 ‘이중 잣대’다. 미국 제국주의 압박이 중동 지역을 핵무기 개발 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미 제국주의뿐 아니라 이 위험천만한 경쟁에서 한몫 잡으려 혈안이 된 한국의 지배자들의 야심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