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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이화여대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 대회’를 보고:
여성이 애 낳는 도구인가?

지난 18일 이화여대에서는 보건복지부 사업의 일환으로 ‘제1회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생식 건강 증진대회’라는 해괴한 행사가 열렸다. 앞서 9일에는 성신여대에서 ‘행복한 출산, 부강한 미래’ 콘서트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참여한 여학생들에게 ‘출산 서약’을 하게 했는데, 거기에는 적극적 출산과 낙태 방지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참여 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해도 시원찮을 판에, 애 더 낳으라는 서약이나 시키다니 … 많은 여학생들이 이 ‘쇼’를 보고 황당해 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여성부장관의 자질로 꼽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가 여성을 도대체 어떻게 보는지 다시 한 번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두 여대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지난달 이명박이 직접 나서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 ‘출산 서약’ 발상이 보여 주듯,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현상을 여성들 개개인의 잘못된 선택 문제로 돌린다. 아이 하나도 키우기 힘든 서민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여성 노동자 중 70퍼센트가 비정규직, 전체의 5.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국공립 보육시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엄청난 교육비 부담은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이유다. 낙태방지 대책도 여성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것이고, 국가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이 정부는 여성들의 양육 부담과 척박한 현실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4대강 삽질에 쏟을 돈을 여성들에게 투자하도록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