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위한 이명박과 기업주들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1월 28일 민주노총 새 지도부 선출이 예정돼 있다. 1월 4일부터 9일까지 후보를 접수하고 28일 대의원 투표로 새 집행부를 뽑을 예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어떤 지도부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교사 노조 옥죄기, 철도 파업노동자 탄압, 재정적자 전가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 공격과 단협 해지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같은 공격에 맞서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려면 그럴 태세가 돼 있는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노린 정부와 기업주들의 파상 공세가 계속됐지만, 쌍용차, 화물연대, 철도 등에서 우리 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노동조합 투쟁의 지도부로서 민주노총 집행부가 한 구실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화물연대, 언론노조, 쌍용차노조, 철도노조의 투쟁이 전국적 초점이 되고, 각각의 투쟁을 분쇄하려는 정부와 기업주들이 총공세가 펼쳐졌지만, 화물연대 투쟁은 화물연대가, 철도노조 파업은 철도노조가, 쌍용차 파업은 금속노조가 알아서 책임진다는 식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기자회견이나 잘해야 일회성 집회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연대 투쟁과 파업을 조직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부문과 업종을 뛰어넘어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저들의 이간질과 각개격파, 이를 위한 이데올로기 공격에 맞서 명확한 정치적 대안을 중심으로 단결을 고무해야 한다. ‘경제 위기 상황이니 노동자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노동자 양보론으로는 투쟁을 조직하기 어렵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정부와 기업주가 지도록 요구하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보장’, ‘부도기업 공기업화를 통한 일자리 보장’ 같은 ‘행동강령’적 요구를 중심으로 광범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 운동이 교착국면을 벗어나려면 정치투쟁에 적극 참가하고 앞장설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치 문제에 무관심하다거나 개혁주의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크다며 정치투쟁을 외면해선 안 된다.

상승 작용

지난 시기 한국 노동조합 운동의 패턴도 정치투쟁과 조응하면서 발전해 왔다. 1987년 6월 항쟁과 연이은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대표적이고, 2008년 촛불 항쟁 이후 이명박의 공격이 한동안 미뤄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노동자 투쟁과 정치투쟁이 왜 결합해야하는지를 보여준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그토록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앞으로도 아프가니스탄 파병 시도나 6월 지방선거를 비롯한 각종 정치 쟁점을 계기로 이명박의 정치 위기가 심화하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이 서로 상승작용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진보 정치 세력의 통합과 단결을 통한 정치 대안 제시에도 앞장서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일부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남발’이 문제라며, ‘사회적 교섭’을 통한 실리 추구가 민주노총 혁신 방안이라는 잘못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교섭으로 기업주의 양보를 얻어낼 수는 없다. 

과거에도 오히려 문제는 ‘파업 남발’이 아니라, 제대로 조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랜드 투쟁, 한미FTA 반대 파업, 지난해 촛불항쟁 파업 등에서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미적거리다가 너무 늦게 나서거나, 선언해 놓고 제대로 조직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시늉내기에 그치곤 했다.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조합원들을 기운 빠지게 하고, 실망과 회의를 부채질했으며, 그나마 있던 파업 동력조차 떨어뜨렸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 위기로 협상의 여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섭’만으로 부분적인 개선이라도 얻어내기란 더더욱 힘들다. 

지난 몇 년 간 ‘사회적 교섭’에 치중하면서 비정규직법·노사관계로드맵의 통과 시도 등에 제대로 싸움을 조직하지 못한 경험에서 교훈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첨예한 충돌을 회피하고 적당히 타협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버리고,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는 지도부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등한시 해서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됐다는 비판도 있다. 심지어 정부와 조중동은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차별의 원인 제공자인양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규직 양보론’을 퍼뜨리려 한다.

따라서 이에 맞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단결을 확대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투쟁을 책임지고 승리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이간질을 극복하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름길이다.

현장의 좌파적 투사들은 이런 과제와 대안을 제기하고, 운동의 전진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부를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좌파적인 민주노총 지도부 당선이 그동안 난맥상을 보여 온 노동조합 운동을 일거에 쇄신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더 전투적인 지도부가 들어섰다 해서 조합원들의 대중 행동이 자동으로 조직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좌파적인 노조 지도부일지라도 조합원 대중보다 보수적 압력에 쉽사리 휘둘릴 수 있는 약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민주노총의 진정한 혁신의 길은 현장 조합원들의 힘이 얼마다 잘 발휘되느냐에 달려 있다. 더 전투적인 지도부 지지하기가 현장 조합원들의 자주적 활동을 대체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좌파적이고 전투적이고 정치적인 지도부의 건설은 현장 조합원들의 자주적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고무하는 데 필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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