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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30여 명이 과로사한 현대차 ‘귀족’(?) 노동자들

지난 연말 현대차의 임금 협상이 타결된 이후 보수 언론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현대차 사측이 올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하며 사내유보금을 10조 이상 쌓아 둔 상황에서, 임금 동결을 합의한 것은 노동자들에게 결코 흡족할만한 상황이 아니다. 현대차의 ‘무쟁의 임금 동결’ 합의가 다른 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동결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상동 경제연구센터장의 “(현대차 노조가) 성과급의 일부를 출연해 스스로 성의를 보이는 것이 대기업 노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현대차 노조가 져야 할 책임은 ‘성과급 사회 환원’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그 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런 주장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노동 귀족’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듯한데, 이것은 현대차 노동자들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노동자들 대부분은 주야 근무로 생체 리듬을 잃어버린 지 오래고, 낮은 기본급과 시급제로 인한 생계비 부족분을 메우려고 몸을 축내며 잔업·특근에 매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말이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심장마비나 뇌출혈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33명이나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도 십 수 명에 이른다.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노동자 4명이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고, 이후에도 뇌출혈, 백혈병 등으로 여럿이 죽어 갔다. 자택과 주차장 등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 노동자들이 있는가 하면, 도장(페인트) 공장에서 일하다가 두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사망한 노동자도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앞날이 창창한 40대 중후반 나이였고, 90퍼센트 이상이 주·야 2교대로 일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골병

우리의 고된 삶을 떠올려 보면 이런 결과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퇴근해서 5~6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저녁 8시에 바로 출근을 해야 한다. 주말 특근을 끝낸 동료들을 보면, 어깨는 축 처져 있고, 얼굴은 병든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려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기본급만 갖고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몸이 고되더라도 잔업·특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대부분의 바람이다. 자식들 학비와 노후 걱정을 하다 보면 내 몸이야 어떻든 일단 돈부터 더 벌고 보자는 심정이 앞선다.

따라서 현대차 노동자들더러 성과급을 양보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끔찍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시행해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 기본급을 인상하는 것이다. 더불어, 수많은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차 노조는 양보가 아니라 앞장서 싸우며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