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출범 당시 많은 사람들은 동북아시아 지역에도 햇볕이 비칠 것이라 낙관했다. 오바마가 부시 정부의 ‘적대적 방치’ 정책을 깨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 한반도 주변의 긴장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단지 국내 한반도 전문가만이 아니라 북한 당국도 그런 기대를 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집권 초 경제 위기와 중동과 서아시아 전선에 대처하는 데 주력한 오바마는 대북 정책에서 사실상 부시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시간을 끌었다.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요구했고, 경제 제재를 풀지 않았으며,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결국 참다 못한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그래도 상황 변화가 없자 2차 핵실험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중동과 서아시아 전선에 발이 묶인 미국은 기껏해야 기존의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게다가 북한을 방패막이로 삼고 싶어 하는 중국의 비협조 때문에 경제 제재도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런 불안정이 더한층 심각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그래서 빌 클린턴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점차 협상 분위기로 나아갔고 최근 특사 보즈워스를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금 오바마 정부에 기대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순탄히 이어질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며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북한을 계속 ‘악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즈워스 방북 직후, 미국 정부에게서 정보를 얻은 타이 정부가 북한발 무기 선적 의심 화물 여객기를 수색한 사건은 의미심장하다.

요컨대, 중동과 서아시아 전선의 위기 때문에 북한에게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북핵 문제를 ‘관리’해야 하는 미국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제국주의의 수장 오바마가 이런 구조를 깨고 파격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기란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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