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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구조조정:
두산그룹의 기술연구소로 전락시킬 구조조정

지난해 12월 29일 중앙대학교는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의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5개 계열로 나눠 10개 단과대, 40개 학과·학부로 줄이는 등 학과들을 통폐합하고 비인기 단과대학을 하남 캠퍼스로 내려 보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2008년에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하면서 추진되기 시작됐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한 두산그룹 전 회장 박용성은 “대학은 현실적으로 이미 직업교육이 됐”다며 “회계·한문·영어처럼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는 걸 더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때문에 중앙대의 모든 학생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기초회계 과목을 수강해야만 졸업할 수 있도록 이미 학사과정이 바뀐 상태다.

이번 구조조정안에는 중앙대 신입생 정원 4천5백여 명 중 경영대 정원을 최대 1천2백 명까지 확대하고, 인문대 영어영문학과를 제외한 독어독문학과 등은 아시아문화학부, 유럽문화학부 등으로 통폐합하기로 한 방안이 포함됐다.

또, 금융공학·국제물류학·의생명공학 전공을 신설하고, 공과대학에는 인공지능·로봇공학·의료공학·에너지공학 등의 전공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분야들은 두산 그룹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역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대는 노골적인 ‘취업준비학원’이자 두산그룹을 위한 저렴한 기술연구소가 되는 것이다.

일간지에 실린 중앙대 광고 두산그룹(DO)의 구조조정은 “상상하지 못했던” 대학을 만들 것이다.

기업의 대학 지배

기업의 직접적인 필요에 맞춰 대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중앙대학교의 주장은 결국 대학 졸업자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런 생각은 이명박이 청년실업 문제를 다룰 때마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이 “취업 자격이 여의치 않으면 졸업이 여의치 않게 하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도 일어나야 청년 실업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말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실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이런 논리에 따라, 그동안 대학들은 졸업 요건에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영어 강의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등 학사관리를 강화하며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처럼 대학 4년을 보내라고 강요해 왔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근본에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사 구조조정으로 중앙대 졸업생들이 취업에서 유리해진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것이다. 결국 다른 대학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옥죌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용성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고 “대학 시스템을 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업식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파괴하고 자유로운 학문 탐구를 막는 것을 뜻한다. 이미 중앙대는 학교민주화의 상징인 총장직선제를 2009년 2월 폐지했고, 3월에는 교수연봉제를 도입했다.

이번 구조조정 추진 과정도 비민주적 운영의 전형이다. 지난해 12월 30일에 학생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렸지만 “브리핑만 진행된 채 학생대표자들의 질문엔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고 끝나 버렸다.” 중앙대 총장 박범훈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톱-다운(상의하달)식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당국의 방안을 밀어붙이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또, 구조조정안에는 5개 계열별로 ‘책임 부총장’ 5명이 각각 예산, 교원 임용, 인사 등 전권을 행사하도록 해 뒀는데, ‘책임 부총장’들이 평가 받는 기준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바를 얼마나 달성했느냐일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학문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은 점차 사라지고, 교수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연구 성과를 내놓기 위해 경쟁해야만 하고 학생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익히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기업의 대학 지배 때문에 ‘이공계’에서는 연구 주제조차 기업의 요구에 철저히 종속되고 있고, 인문·사회과학 분야도 정부·기업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 받을 것이다.

이는 중앙대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진중권 교수를 해임한 일, 기업의 대학 지배를 비판한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를 강제 수거한 사건,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들에 보복하기 위해 중앙대학교 독일연구소를 ‘인문한국연구지원사업’에서 부당하게 탈락시킨 사건 등에서도 잘 드러났다.

모든 학문 연구와 교육을 기업의 직접적 필요에 종속시키는 것은 자유로운 학문 탐구를 가로막고 대학생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경쟁으로 내몰고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중앙대의 이번 구조조정뿐 아니라 기업의 대학 지배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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