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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원 일제고사 관련 해직 교사 인터뷰:
“사람들의 지지가 해임 취소 판결의 주된 원동력”

지난해 12월 31일 행정법원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응시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징계권 남용”이므로 해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여 준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해직 교사 중 한 명인 최혜원 교사를 만나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들어 봤다.
 

ⓒ이미진

먼저 ‘해임 부당’ 판결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복직 소식을 들으니까 왠지 첫 발령 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마트에 가서 빨간 내복을 골라서 부모님께 선물해 드렸어요.

이 1년이 거저 얻은 1년이 아니잖아요. 교사는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년은 제 삶을 뒤흔든 큰 경험이었는데, 이 경험들을 어떻게 살려서 아이들을 마주할 것인가, 내가 교사로, 또 인간 최혜원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생들은] 해직 취소됐다는 얘기 듣고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데, 그렇다고 울거나 감동하거나 이런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선생님, 뉴스에서 봤어요. 파마 어울리시네요”, “내일 다시 오시나요? 몇 학년 몇 반이에요?” 같은(웃음), 당연한 일을 겪은 듯한, 그런 반응이죠.

이번 판결의 의의가 무엇일까요?

해직이 부당하다는 것을 법원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죠. 해임이라는 징계 양정이 ‘과하다’고 판결한 만큼 교과부가 앞으로 유사한 행동을 빌미로 교사를 교직에서 내쫓는 징계는 못하게 됐죠.

그러나 ‘일제고사 자체가 위법이다’ 하는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어요. 그 점에선 교과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죠. 일제고사로 해직을 당하고 1년 넘게 고생했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일제고사가 위법이란 것이 밝혀지고 그래서 일제고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는 또 이 자리에 돌아와야 하는 것이잖아요. 당장은 기쁘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어요. 절반짜리 판결이죠.

2008년 12월 한 해직 교사의 제자들이 부당 해직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임수현 기자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주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해직 교사들이 옳은 것은 옳다는 믿음을 갖고 온갖 괄시를 다 받으면서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갔잖아요. 그게 결국 징계 양정이 과하다는 판결을 받아 낼 만큼의 성과를 내고, 이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투쟁이 이어질 수 있는 거겠죠.

저희는 지지도 많이 받았어요. 7명 해직당한 게 80년대에 1천 명씩 해직당한 것에 비하면 많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많이 받았지요. 당시 촛불 정국 직후인데다 촛불 강경 진압에 대한 분노가 커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아고라나 인터넷을 통해 교사 해직 문제가 이슈로 달아 올라서 굉장한 힘이 됐어요.

1월 4일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돼 교사 14명이 해임 처분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특히 전교조 탄압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전교조는 정말 거대한 조직이에요. 전교조 20년의 세월은 정말 대단한 세월이라고 봐요. 교사 한 명이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잖아요. 이명박 정부는 누가 가장 무서운 적인지, 어떤 적을 먼저 탄압해야 하는지를 안다고 봐요. 그래서 그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 교육’을 하는, 그래서 아이들의 의식을 바꿔 놓는 그런 전교조가 가장 큰 적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떻게 싸워 갈 계획인가요?

1차적인 목표는 원직 복직이지만 그 후에도 일제고사가 현장에서 뿌리 뽑힐 때까지 계속 싸워야겠죠.

인터뷰·정리 이현주 기자 hyunju43@ws.or.kr, 조명훈 기자 jomh@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