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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삼성 활동가 이종란이 말하는 삼성의 악행

이건희 사면이 발표되던 날,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던 이종란 씨는 경찰에 연행됐다. 그가 연행 당시 소감과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레프트21〉에 편지를 보내 왔다.

2009년 12월 29일은 참으로 악몽 같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이건희 사면이 발표되는 순간 나는 집 앞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체포를 당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은 체포영장도 없이 수원에 있는 나의 집까지 찾아와 나를 강제로 차에 태워 수원 남부경찰서로 이송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개최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 추모제가 ‘미신고 불법집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추모제 때문에 체포영장까지 발부하는 일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너무도 억울해, 나는 저항의 의미로 진술거부를 했는데, 아무런 혐의 파악도 하지 못한 경찰은 갑자기 체포된 지 7시간 만에 나를 석방했다. 반올림과 수원시민대책회의(수원촛불단체연합), 다함께 경기남부지회 등이 발빠르게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건희 사면 반대여론에 더해 여러 인터넷 언론의 물살을 타자, 이건희 사면 행보에 누가 될까 봐 갑작스럽게 풀어준 듯하다.

사실 체포돼 경찰서에 끌려가서야 이건희 사면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분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이 실감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추모제의 주인공인 백혈병 사망 노동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삼성반도체는 우리 나라 수출 품목 1위,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연일 최고 매출 행진을 자랑하고 있으나, 성장의 이면에 너무도 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 노동자들이 공장을 다니면서 2교대, 3교대 근무로 공장과 기숙사만 오가다가 20~30대에 희귀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일이 한둘이 아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암에 걸린 노동자가 22명이 넘는다. 화학물질 중독으로 평생 잘 걷지 못하게 되고, 뇌종양, 루게릭병, 유산, 불임, 기형아 출산, 생리불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것은 바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백 종의 화학물질과 유독가스, 방사선(정부는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는다) 때문이며 최대물량을 뽑아 내기 위해 기계의 ‘안전보호장치’를 해제시키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나 검찰, 경찰, 사법부는 그동안 삼성의 뇌물로 단련돼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외면해 왔다. 그러나 피해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은 법원에 산재 인정을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도 반올림은 삼성의 산재 은폐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고 삼성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이런 활동들이 불씨가 되어 멀지 않은 미래에 삼성 노동자들이 무노조 경영을 끝장낼 순간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