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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대운하 원조 당이다

“영산강의 하구둑과 방조제에 자연생태 보전형 전자제어 수문을 설치해 부분적인 개방 형태로 강물을 바다로 흘려보내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현재 6미터의 통선문 넓이를 60~80미터로 확장하고 별도 통로에 고기가 다닐 수 있도록 어도의 보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산호와 영암호를 연결하는 연결수로의 넓이를 15미터에서 40미터로 확장해 담수 능력을 보완, 자연스럽게 소형 선박을 드나들게 하면 자연하구 및 기수호와 담수호를 모두 살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배정한 영산강 하천정비 예산 1조 5천4백80억 원은 낙동강 정비예산에 비해 규모면에서 적을 뿐 아니라 하천종합정비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므로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증액돼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은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경인운하 사업을 당의 공식 당론으로 확인한만큼 이미 시행된 방수로 공사가 운하건설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두 달 전, 민주당 소속 광주 · 전남 광역단체장들이 ‘MB어천가’ 를 불러 물의를 빚었다. 그들의 행위는 민주당을 ‘대운하 반대’ 의 ‘우군’ 이라 생각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 줬다.

그러나 민주당이 걸어 온 길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들의 역사 자체가 이른바 ‘추·한 야합’과 다를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글 도입부에 소개한 발언들은 현재 겉으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대운하)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이다. 첫 번째의 것은 광주직할시장, 전남도지사, 농림부 장관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행정관료이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최인기 의원(지역구: 전남 나주, 화순)이 지난 4월 초, 이명박 정부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영산강 살리기 사업’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한 발언이다. 두 번째 발언은 송영길 의원이 지난 2007년 7월 2일, 경인운하 추진이 열린우리당 당론으로 확정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중 한 것이다.

민주당의 ‘4대강 반대’ 당론은 위장전술이자 변죽 울리기

지난 9월 20일, 낙동강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삽질저지! 부산시민대회’ 가 열렸다. 이 때 민주당 당원들이 많이 왔고, 정세균 대표도 참석해서 발언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그 다음 달 재보선에서 ‘성공’ 하자 ‘양가죽’(〈한겨레〉스러운 언사)을 벗어던지고 ‘늑대의 이빨’(조중동과 한나라당스러운 본색)을 드러내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4대강 쟁점을 국회로 가져간 그들은 처음엔 4대강 예산의 전면 삭감을 주장하더니 부분삭감으로 후퇴했고, 결국에는 4대강 예산과 일반예산의 분리 처리로 후퇴했다. 거기에 더해서 그들이 여전히 집권하고 있는 핵심지역인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당론을 위반하여” 4대강 사업을 ‘예찬’ 하는 낯뜨거운 모습을 연출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민주당의 주요 사회기반 중 하나는 호남 지역의 토호세력이다. 4대강 사업의 결과로 큰 이득을 볼 세력이므로, 그들을 대변하는 민주당이 ‘4대강’ 을 근본적으로 반대할 리 만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4대강 반대’ 당론은 ‘위장전술’ 이자 ‘변죽 울리기’ 일 뿐이다.

내가 위에서 소개한 두 번째 발언의 당사자 송영길은 “경인운하가 한반도대운하하고 무엇이 다르냐?” 는 논란이 일자, “이명박의 한반도대운하와는 상관없이 지역 숙원 사업이었고, 10년 전부터 추진해 왔다.” 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발언의 당사자인 최인기는 한승수 총리로부터 “4대강 사업의 최대 공로자” 라는 칭찬을 들었고, 차기 국무총리로 낙점될 가능성까지 점쳐진 바 있다.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영산강 살리기(영산강 뱃길 복원)’ 는 당론과 어긋나지 않는다” 는 말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영산강 뱃길 복원 사업의 주요 골자를 보면 그들의 변명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목포에서 광주까지 5~6미터 수심의 유로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하고, 소형댐(보) 두 개와 갑문을 설치해 화물선, 바지선, 관광선을 띄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척 봐도 운하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그 지역에서 운하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영산강운하 백지화 광주전남시민행동’(이하 광주전남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영산강 뱃길 복원 프로젝트는 이명박의 영산강 운하와 사업비가 다를 뿐 취지와 성격, 내용 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자신이 대운하 반대 운동이 떠오르기 전까지 “영산강 뱃길 복원은 영산강 운하 하고 같은 사업”이라고 인정했다. ‘광주전남시민행동’ 활동가들은 꽤 오래 전부터 최인기 ‘출당’을 민주당에 요구했으며, ‘MB어천가’를 부른 두 광역단체장에 대해서도 강력히 징계하고 차후 민주당 공천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껏 최인기를 출당시키지 않고 있으며, 박광태·박준영 두 광역단체장 문제에 대해서는 정세균이 나서서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을 것”이라며 적당히 문제를 덮었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대운하를 반대하는 정당이라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MB운하는 이명박 세력이 부상하면서 갑자기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 무엇이 아니다. 지역 토호세력, 특히 지역 건설자본과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보수정치세력 전체의 요구에 기반한 사업이며 민주당 정부 시절부터 암암리에 추진되고 있던, 사실상 민주당이 그 원조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닌 사업이다.

‘민주대연합’ 으로 ‘반이명박’ 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몽상이다

‘범국민적인’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주의 공격, 공기업 ‘선진화’, 파업 무력화, 4대강 사업(대운하)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치떨리는 분노가 민주대연합으로 표현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 후 지방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 다수의 ‘민주대연합’(인민전선)은 ‘동맹’(민주당)을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경제 위기 시기에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는 대규모 노동자 투쟁을 자제시키고,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정책을 ‘반성하려 들지 않는’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이 ‘동색’ 인 것처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진보진영이 자본주의 체제에 본격 통합되는 과정에서 부패와 야합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제국주의 전략과 건설자본 논리에 제대로 도전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다시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이탈리아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명박스러운’ 베를루스코니만은 막아야 한다는 기계적 사회관에 따라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이 자유주의 세력과 연립정부를 세워 ‘일시적으로’ 베를루스코니를 몰아냈지만(2006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리고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는 정책을 폈고, 이것이 대중의 분노와 환멸을 불러일으켜 최근에 다시 베를루스코니에게 정권을 내줬다.

진정으로 ‘반이명박’ 을 이루는 방도는 ‘명박스러운’ 자유주의 세력(민주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과 정치적으로 동맹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정서를 적극 규합하고, 특히 노동자 대중의 투쟁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이를 급진적 변혁을 위한 행동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