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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제레미 브레처 외 지음, 아이필드, 2003년)

확실히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운동의 발전에 민감한 활동가라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글은 1999년 시애틀 시위 직후에 쓰였기 때문이다. 비록 책 말미에 후기로 보충하고 있지만, 특히 군사화한 신자유주의에 맞선 최근의 운동이 반영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실천을 조직하기 위한 지침서로 유용하다. 이 책은 ‘어떻게 운동을 조직할 것인지’, ‘연대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사회 운동 앞에 놓인 함정들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다양한 부문 운동들을 어떻게 하면 통합된 전망을 가진 운동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부문의 활동가들이 공동 집필한 것이다. 그래서 운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그들 나름의 경험이 풍부히 반영돼 있다. 시애틀에서 ‘트럭운전사조합과 바다거북이 마침내 합쳐지다’라는 구호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험, 서반구 정부들의 미주지역 자유무역지대 계획 착수에 맞서 노동조합, 환경운동가, 인권 단체 및 기타 비정부기구들이 반구사회동맹을 출범시켰던 경험 등. 다가올 9월의 WTO 각료회담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물론 논쟁의 여지도 많다. 저자는 대체로 시애틀 전투에 관한 나오미 클라인 류의 신화 ― 운동의 탈중심화와 비위계적인 구조, 네트워크론 등등 ― 를 공유한다.

그는 네트워크론의 일부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핵심 약점은 공유하고 있다. 운동의 결정적인 전투 ― 국가권력 문제 ― 에 대한 그의 대안은, 특히 군사화하고 있는 세계화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매우 무기력해 보인다.

탈중심화

그에 따르면, “다행스럽게도 국가 권력 장악이 대규모 사회 변화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고, 심지어 가장 중요한 수단도 아니다.” 해결책은 주변부의 네트워크들의 “연계를 통해 권력기구들을 우회 공격하고 현재 사회구조를 [단지 ― 필자 첨가] 재편”하는 것이다. 즉, “고쳐라. 그렇지 않으면 거부하리라”와 같은 시민불복종 전략은 “혁명도 아니고 전통적인 ‘체제 내적인’ 또는 ‘규칙에 의한’ 개혁도 아니다. 그것은 권력 균형의 변화이다.” 이것은 마르크스적 대안이라기보다는 자율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운동의 발전은 대안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서술한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유력 일간지는 “상설 대중 토론 상황에서는 국가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주민 집회와 같은 “대중적 고민의 메커니즘”은 “속성상 소비에트와 같은 불길한 권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을 나타내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답은 그가 제시하고 있는 외채 거부 강령의 훌륭한 사례 ― “아르헨티나 국민은 대중 운동이 강압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정부에게조차 압력을 가하여 악성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을 중지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 ―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현재의 운동이 매우 이질적이며, 다양하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 운동이 “하나의 사회운동, 하나의 실체로 파악될 수 있”으며, “모든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고 있고 단순한 부분들의 집합 이상의 것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사회운동의 잠재적 힘을 현실화시켜 변화를 일으키는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며”, “거기에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옳게 주장한다.”

이 전략은 ― 안타깝게도 저자가 “전망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있는 ― “합의된 기본 원리에서 체계적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 마르크시즘”과 같은 정치적 대안에서 더 풍부하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