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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정말로 미국 은행가들과 싸우려 하는가?

“납세자들이 다시는 대마불사의 은행에 볼모로 잡히지 않도록 하겠다. 만약 그들이 싸움을 원한다면 기꺼히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지난주 버락 오바마는 전투적인 말을 덧붙여 자신이 대형 은행들의 과도한 행동에 제동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1년 넘게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다.

그의 말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현 경제 자문이자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폴 볼커의 이름을 딴 이른바 ‘볼커 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은행들이 정부가 보증한 예금을 가지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운영하면서 시장에서 투기활동을 벌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바마는 또한 은행들의 크기에도 제한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제안한 개혁안들은 시장을 뒤흔들었고 은행가들은 화가 났다. 한편, 프랑스·독일·영국 정부는 이것을 환영했다.

영국 보수당도 오바마를 지지했다.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은 금융 투기에 토빈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오바마가 ‘센’ 단어를 선택한 것은 은행가들이 계속 엄청난 부를 쌓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대한 분노에 동조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큰손 중 하나로, 최근 기록적 이윤을 올린 후 1백60억 달러를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했다.

이것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1천5백만 명 넘는 미국 노동자들이 공식 실업자다. 실제 실업자 수는 거의 두 배다. 공식 실업자 수는 전일 노동 일자리가 없어 시간제로 일해야 하는 사람과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2009년에 미국인 3백만 명이 집을 잃었고 어린아이 1천4백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 사람들에게, 또 그런 재앙을 목전에 둔 수백만 명에게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동안 오바마가 도입한 변화란 이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분노 때문에 최근 민주당이 메사추세츠 주 상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 테디 케네디는 죽기 전까지 이곳에서 46년간 당선해 왔다.

이곳에서 공화당 후보 스콧 브라운에게 패배한 것은 민주당과 오바마에게 엄청난 충격이었고, 오바마는 좀더 급진적 방향으로 전환해야 했다.

공화당은 포퓰리즘적 반란 행위에 힘입어 메사추세츠에서 승리했다. 예컨대, ‘차당’(茶黨) 활동가들은 자기 정당의 이름을 영국에 맞선 미국 혁명의 시작을 알린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에서 따왔다. 그들은 ‘큰 정부’에 반대하는 우익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들의 운동은 2009년 정부 지출 정책에 반대하는 일련의 행동과 함께 등장했다. 사라 페일린과 골수 보수주의자 러시 림보가 이 운동을 지지했다.

미국 우익은 갈수록 자신감을 회복하고 조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인들이 우익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바마에 대한 환멸로 우익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경제

메사추세츠 선거는 이 점을 명확히 보여 줬다. 지난주 화요일[1월 19일] 실시된 보궐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95퍼센트가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데서 경제가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했다고 답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과거 오바마를 찍었던 사람 중 18퍼센트가 지금은 브라운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오바마가 충분히 멀리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편을 바꾼 것이다.

과반의 사람들이 “민주당 정책은 메인스트리트보다는 월스트리트를 돕고 있다”는 말에 동의를 표했다. 82퍼센트가 민간 보험 회사보다는 국가가 의료보험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대선에서 오바마를 찍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기권한 사람들 중 86퍼센트가 정부가 돈을 대는 의료 체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꽤 많은 수가 좀더 급진적 정부를 바랐기에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강력한 좌파가 없는 상태에서 우파가 이득을 취했다.

은행에 관한 오바마의 발언은 이런 정서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정치적 책략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이제 민주당이 상원에서 압도적 과반의 지위를 잃은 마당에 자신의 은행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만약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는 공화당을 비난하면 그만이다.

은행들은 자신을 보호하려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미국 재무부와 은행 산업 간 ‘회전문’ 정책 덕분에 부자들의 이익은 계속 보호받을 것이다.

설사 오바마가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불안정의 심화를 막지 못할 것이다. 은행 위기는 다른 산업이 이윤율 위기를 겪는 전반적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는 미국 자동차 기업을 부활시키거나 제조업 일자리를 하나라도 만들지 못한다. 한편, 오바마 정부는 은행 구제 정책의 비용을 미국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떠넘기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출처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 번역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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