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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김영사

에드워드 사이드는 자신의 저서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동양적’이란 말은 서구의 왜곡이 빚어낸 허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났지만, 오리엔탈리즘의 망령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활개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대부분의 기성 언론과 지식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아랍인들의 폭력성을 들먹였다. 심지어 그들은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인종차별적 광기를 내뿜었다.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은 이런 아랍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비판하는 사이드의 글 모음집이다. 총 18편의 글은 1998년부터 9·11 테러 이후까지 쓴 것인데, 각각의 글은 글쓴 시기와 무관하게 중동의 비극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이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자들과 서구 언론, 지식인들이 아랍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폭로한다. 단지 이슬람에 대한 소문에만 의지해 글쓰고 방송하는 점, 이슬람 근본주의에 반대하는 세력도 많지만 그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만 보도하는 것, 팔레스타인인을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 불러 혼동시키는 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공격을 비판하는 UN결의안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 등은 그들이 보인 왜곡, 은폐, 과장의 예들이다. 무엇보다 사이드는 아랍인에 관한 진실을 왜곡하는 지식인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은 무지의 충돌을 드러낸 형편없는 사상가임을 보여 준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V.S. 네이폴은 서구 시각에서 이슬람 문화를 다룬 지적 파탄자임을,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아랍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얼치기 지식인임을 드러낸다. 이들의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들춰내 반박하는 사이드의 글은 아주 통쾌하고도 탁월하다. 그 논평들을 읽다보면, 미국 시온주의자들의 협박과 난치성 백혈병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는 사이드의 투지가 느껴진다. 사이드는 저명한 문학평론가답게 다양한 문학 작품(또는 작가)을 인용하는데 이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한편, 저자는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지도자 아라파트의 부패와 무능, 제국주의와 타협하는 비굴함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5년 전 아라파트의 자금 관리자는 연간 4억 달러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폭로했다. 또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공금을 유용해 미국의 힐러리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에게 보석을 선물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한때 팔레스타인 망명정부의 국회의원이었던 사이드가 아라파트와 결별했을까! 사이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주된 투쟁 방식인 테러를 옹호하지 않는다. 일부 용감한 사람들의 테러는 시오니즘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며 “대중의 힘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전략과 전술을 이용한 집단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이드의 궁극적인 대안 ─ 동등한 2개의 독립 국가 건설을 원칙으로 한 유엔 평화 협상 ─ 은 진정한 중동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사이드는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에게 양보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시온주의 정부가 붕괴되지 않고도 두 개의 국가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폭력의 악순환이 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