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24호 (2010년 1월 30일~ 2월 12일)에 실린 최근 사법부의 PD수첩 무죄 판결에 관한 기사들은 정말 아연케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기사들은 사법부와 우리법연구회를 한나라당과 우익의 마녀사냥으로부터 사실상 방어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사들은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이 이전 정권과 친하다는 기사 작성자들의 의심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뚱딴지같이 사법부의 계급적 본질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을 늘어놓으며 사실상 양비론에 가까운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법원의 PD수첩 무죄 판결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우익이 히스테리성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에 진정한 레프트(좌파)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입니다. 난데없이 계급론을 갖다 끌어대며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입장은 추상적 종파주의라고 매도당해도 쌉니다.

진정한 좌파라면 당면 현안 문제를 둘러싼 현실의 충돌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한곁에 비켜서서 관조적인 논평이나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신문의 편집자는 그런 글이 제출됐을 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사법부가 전체로서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일지라도 그에 속한 판사 개인들의 일부는 진보적 판결, 심지어 때에 따라선 급진적 판결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편지를 보내는 저는 1995년 초쯤 구치소에서 보안법 위반 사건 관련으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때 제가 연루된 사건을 맡은 재판부 중 하나(재판장 박태범 판사)는 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보안법위헌소송을 냈습니다!

만약 〈레프트21〉이 그 때 발행되고 있었다면, 사법부의 계급적 본질이 어떻다는 둥 하며 우익으로부터 비난받는 당시 재판부를 방어하지 않는 초급진주의적(도가 지나쳐 더는 급진적인 것도 아니다는 뜻입니다) 양비론을 취함으로써 영어의 몸이 돼 있는 나의 가슴에 못질을 했을지 누가 압니까. 그와 동시에, 박해받는 사회주의자들을 전술적으로(전술은 책략이 아니라 구체적 쟁점에 대한 정책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오히려 위태롭게 만드는 짓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문 편집자와 기자는 현실에 개입하는 투쟁의 자세를 취해야 하며, 그랬을 때 단지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등 우익으로부터 부당하게 공격당하는 사람들을 분명히 방어하기를 꺼리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