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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학생회의 유감스러운 등록금 인상 합의

1월 27일 연세대가 2010년 등록금을 2.5퍼센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회에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지난 2년 반 동안 19곱절 늘어나는 동안 사립대학들은 예산을 뻥튀기해 현재 적립금을 6~7조 원이나 쌓았다. 대학들의 ‘고통전가’식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반감을 샀고, 그래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배자들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대한 대중의 불만 증대가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대학재단들로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1백여 개 대학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 동결을 발표했다.

그런데 연세대는 이런 분위기를 거슬러 등록금을 인상했다. 연세대는 “교육의 질 유지를 위해서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세대의 적립금은 무려 3천1백99억 원(2008년)이다. 등록금을 2.5퍼센트 인상하면 연세대는 5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추가로 벌지만 장학금은 10억만 확충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연세대는 등록금 인상의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인상 근거, 적립금 운영 현황, 펀드 투자 내역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2009년 12월 승소했으나, 연세대는 공개를 거부하며 즉각 항소했다.

당혹스러운 사실은 연세대 총학생회가 총장과 등록금 인상을 합의했다는 점이다.

회피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말 학생회 선거에서 등록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자학교 펀드 감시단”, “등록금을 얼려라 실천단” 활동 등을 하면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아 당선할 수 있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주요 리더들은 대정부 투쟁보다 즉각적 이익을 위한 투쟁(등록금 인상 반대, SSM 입점 반대 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의 당면한 요구에 대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줬다.

현재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교와 학생들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등록금 인상을 받아들였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인상 합의를 합리화하고 있다.

물론 “반값 등록금” 공약도 내팽개치고 등록금 인상을 부추긴 정부가 문제다. 하지만 그것이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등록금을 인상하는 주체인 사립대학들과 등록금 인상을 방조하고 부추기는 정부 모두에 맞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연세대 총학생회는 연세재단의 등록금 인상에 맞서는 투쟁과 대(對)정부 투쟁을 대립시키며 사실상 당면한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을 회피했다.

지금 연세대학교 교정에는 총학생회의 ‘고통분담론’을 반박하며 등록금 인상을 수용한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다른 학교는 다 동결하는데 왜 우리 학교만 인상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등록금 인상 합의는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중인 다른 대학 학생들의 투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세대 총장과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을 합의한 이후에 등록금을 인상할지 말지 눈치를 보고 있던 한양대·서강대·한국외국어대·숭실대 등에서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다. 그래서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1월 28일부터 5일간 본관을 점거하는 등 등록금 인상(3.19퍼센트)에 항의하고 있다.

등록금 투쟁은 사립대학 재단들의 담합 때문에 특히 연대 투쟁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투쟁대열에서 이탈한 연세대 총학생회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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