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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시술 병원 고발 규탄 여성ㆍ진보단체 성명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고발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라!

지난해 말부터 낙태시술 병원 고발과 형사 처벌 요구 등 '낙태 근절 캠페인'을 하겠다고 선포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프로라이프 의사회)이 2월 3일, 처음으로 낙태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을 고발했다. 이것은 여성의 낙태권을 공격하는 반여성적 행태다. 〈레프트21〉은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근절 캠페인’ 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산부인과 의사들을 강력히 비판하는 여성ㆍ진보단체들의 공동 성명서를 게재한다.

오늘(2월3일) 오전,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 세 곳을 고발조치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이런 행보는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절박함과 위급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을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 및 재생산권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여성의 몸과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다.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낙태 건수 중 90% 이상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발생하고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아이를 기를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서,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할 행동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즉, 낙태의 배경에는 여성들이 성관계와 임신,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와 미비한 사회제도 안에서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과 경험이 존재한다.

여성들을 둘러싼 이러한 삶의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 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아무리 많이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 대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무면허 시술자에 의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낙태시술만 증가하여 여성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치르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낙태 시술을 하게 될 것이고, 많은 여성들이 낙태시술을 위해 해외로 떠나야할 것이다. 이는 과거 낙태 금지 정책을 펼쳤던 유럽국가에서 낙태 시술을 위해 국경을 넘고, 무면허 낙태 시술 중 사망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역사와 경험이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강요해선 안 된다. 낙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여성 자신이 선택할 문제다. 또한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들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여성들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가 가능해야 하며, 비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부모가족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또한 양육의 책임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과 국가, 사회가 나누어야한다.

이러한 노력없이 국가의 형벌권만 강화하여 낙태를 근절하겠다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주장은 무면허 시술자에 의한 위험천만한 낙태시술만 증가시킬 뿐 아니라, 여성들의 낙태에 대한 의료비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켜 결국 여성의 몸 권리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이러한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한다.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관련법은 강화할 것이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과 여성들의 경험을 고려하여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대책 없는 낙태시술산부인과 고발조치는 무면허의 위험한 낙태시술을 양산할 뿐이다.

반인권적 낙태고발조치 중단하고 여성의 안전과 몸의 권리를 보장하라!

2010.02.03

다함께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언니네트워크, 전국여성연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NGA/SF GP 네트워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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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여성 임신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