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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미국의 대북 제재는 파국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고, 이에 따라 한반도는 긴장을 더해 가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전쟁만은 안 된다고 하는데도 부시 일당은 이를 개의치 않고 있다.

북한은 경제 제재와 선박 나포를 포함한 모든 봉쇄 징후를 선전 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이를 위한 조치들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부시는 미사일과 핵물질 운반 차단을 명분으로 북한과 이란의 선박과 항공기를 강제 수사하도록 동맹국들을 부추기고 있다. 호주와 일본은 이미 행동에 나섰고 부시도 몸소 나설 때를 노리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애리 플라이셔는 지난 6월 18일 “[북한 선박에 대한] 차단을 이행할 특정한 날짜가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수주의 대변자 리처드 펄은 “봉쇄”뿐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란이 그[미국의 다음 표적]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북한도 포함된다”며 “김정일에게 외교 수단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무시무시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런 협박은 말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력 증강과 같은 군사적 조치들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부시는 미군 4만 명을 한반도에 증파해 주한미군 3만 7천 명과 함께 군사 훈련을 시킨 바 있는데 그 때 동원된 군대의 일부가 여전히 한반도에 남아 있다.

또, 남한에 새로 배치된 F-117(나이트 호크) 스텔스 전폭기는 부시가 이라크 침공 첫날 후세인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전쟁 초기 주요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기종이다. F-117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습한다면 북한도 몇 분 안에 남한을 포와 미사일로 반격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과 함께 서울 시민들이 전쟁의 첫 제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군은 서울을 아예 “살육 박스”(kill box)라고 부른다. 미국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면 며칠 안에 1백만 명이 남북한 지역에서 골고루 죽을 수 있다.

부시 일당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큰 재앙을 낳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으로까지 가지 않는다 해도 부시의 호전성은 이미 동아시아에서 정신 나간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이 지역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 전쟁 때 큰 가능성을 보였던 한국 반전 운동은 부시의 이라크 점령과 대북 압박·제재에 반대하며 다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군비 늘고 빈곤도 늘고

노무현 정부의 국방부는 2004년 국방비를 28퍼센트나 증액해 22조 3천4백96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국방비가 무려 5조 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는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7천3백28억 원도 포함된다.

또, 국방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MD(미사일방어)체제 사업에 2조 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노무현은 “나는 한때 군비 축소 주장에 솔깃한 적이 있었지만 그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군비 축소는 안 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당당하게 대우받으려면 자주 국방 해야”하고 “자주 국방 하자면 돈이 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방부의 앓는 소리와는 달리 남한의 전력은 결코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조지 테닛 조차 “최근 북한군의 준비 태세와 능력이 끊임없이 약화되고 있어 식량, 연료 부족과 발병률 증가, 사기 저하, 훈련 회수의 감소 그리고 새로운 장비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시인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남한 국방비(1백21억 달러)는 북한 국방비(21억 달러)의 6배이다. 더욱이 북한의 경제 규모는 남한의 27분의 1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노무현은 “국방비를 IMF 외환 위기 수준으로 환원(국내총생산 대비 3.2 퍼센트로 인상)”하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IMF 뒤에 1998년과 1999년 두 해만 국방비가 제자리 수준이었지 2000년부터는 해마다 5.3∼6.5퍼센트 가량 증가했고 군수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대북 경제 협력 사업을 주도한 현대의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모순이게도 김대중 정부 내내 최대 방위산업체로 막대한 이윤을 봤다. ‘햇볕 정책’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는 한 해 평균 고작 7천만 달러(840억 원)를 북한에 지원한 데 반해 무기 도입에는 한 해 평균 10억 달러(12조 원)가 넘는 돈을 썼다.

한편 IMF 뒤에 한국에서 빈곤층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2002년 상반기 도시 가구 빈곤율은 IMF초기인 1997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부 통계상으로도 최저 생계비 이하 계층의 비중은 1997년 2.85퍼센트에서 2002년에 3.5퍼센트로 늘어났다.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 1997년 0.283에서 2001년에는 0.317로 크게 높아졌고, 상위 20퍼센트의 소득을 하위 20퍼센트의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소득 배율도 같은 기간 4.49에서 5.23으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 추세는 2002년부터 도리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반면 국방비의 비중은 16퍼센트 수준이다.

노무현의 국방비 증액 시도는 형편없이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마저 갉아먹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국방비 증액 시도를 중단하고 그 돈을 복지비와 대북 식량 지원비 등으로 돌려야 한다.


북핵의 진실

리처드 펄은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핵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시는 이 ‘위협’에 맞서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을 채택하기 위해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과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핵 위협을 말할 자격이 없는 핵 강국들이다. 미국은 1만 6백 기, 러시아는 8천4백 기, 중국은 4백∼5백 기, 프랑스는 2백88 기, 영국은 2백 기의 핵 무기를 가지고 있다.

리처드 펄은 “프랑스나 영국이 핵무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이 국가들은 핵무기로 미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은 1945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상대로 이미 미친 짓을 하지 않았는가?


경제 제재로 고통 받는 것은 평범한 북한 주민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북한과의 경제 관계나 지원을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북한에 제공하려 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콜린 파월이 인정했듯이 “훨씬 많은 것들이 (남한으로부터) 북한에 갔을 것이다.”

부시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고 구슬렀다. 파키스탄은 48기의 핵 무기를 가지고 있는 데다 무샤라프는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인데 말이다.

미국은 냉혹하게 대북 식량 지원마저 중단했다. 분배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대북 식량 추가분 6만 톤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겨우 4만 톤의 식량만을 북한에 지원했다. 미국의 식량 지원은 2001년에 30만 톤에서 2002년에 15만 톤으로 계속 줄어 왔다.

세계식량계획(WFP)는 북한에 추가적 식량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4백만∼5백만 명이 아사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대북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면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사람들은 평범한 북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1980년대 후반 이래 만성적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북한 난민을 대상으로 2000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75퍼센트가 굶주림으로 학교에 못 가는 경우가 잦았고 63퍼센트가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약도 쓰지 못했다. 루드 루버스 유엔 난민담당관은 북한 난민들이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가난과 식량난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이 고급 루이뷔똥 핸드백 속에 달러 뭉치를 들고 다니며 여행하는 모습이 일본에서 발각됐다. 그는 중국에 고급 저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고 북한 정권에 우호적인 편인 샐리그 해리슨은 “북한에도 부유한 엘리트층이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직급의 관리나 당 간부, 수출입 회사를 맡은 장군들”인 이들이 “은밀히 수입한 사치품”에는 “수입 자동차도 포함“돼 있다. “진달래로 덮인 약산 지역에 자리잡은 25채 이상의 궁궐 같은 빌라들은 이런 특권 엘리트들의 상징이다.”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냉혹한 경제 제재의 피해자는 평범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이었다. 10년 동안의 경제 제재 결과 1백50만 명이 목숨을 잃은 반면 독재자 후세인은 권력을 유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