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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 참가국만 늘었을 뿐 위기 해결책은 못 내논 기구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날짜가 11월 11~12일로 확정됐다. 송도·제주·부산 등 6개 도시에서 관련 회의를 하게 됐고 서울 정상회의에는 G20 정상들과 IMF·세계은행·WTO 대표들뿐 아니라 경호·취재 인력까지 포함해 1만 8천 명 이상이 참가하게 된다.

이명박은 G20 성공 개최를 올해 가장 중요한 자신의 목표로 삼고, “단군 이래 최대의 국제 잔치”, “7조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여 선진 일류 국가로 갈 절호의 기회”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망가진 자본주의’ 2009년 4월 런던 G20 정상회담 항의 시위

이명박은 G20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G20의 실적은 꾀죄죄하다. 각 나라 정상들과 주류 언론은 G20이 세계경제 위기의 출구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를 부풀려 왔지만 그런 호들갑은 실제와 다르다.

G20은 경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무능한 기구다. 지난해 4월 런던 정상회의에서 각 나라의 정상들은 재정지출을 5조 달러 이상으로 늘리자고 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영국·미국과 프랑스·독일이 옥신각신했고 결국 각 나라가 알아서 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바마가 금융규제 강화를 공언했지만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금융규제 강화가 실제 성공에 이를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영국 투자은행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천문학적 액수의 보너스를 규제하는 것을 논의했다가 11월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그 의제 자체가 은근슬쩍 빠졌다. 월스트리트의 로비와 반발 때문이었다.

동시에 G20은 악독하기도 한데, 지난 4월 런던 G20 정상회의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IMF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파산에 직면한 정부를 구출하기 위해 1조 1천억 달러를 마련하자는 합의를 했는데, 그 돈의 절반은 IMF에 흘러갔다. 이것은 저개발국에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독이 든 약을 늘리는 것으로 귀결됐다.

IMF는 헝가리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빌린 돈을 갚게 하려고 긴축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결과 헝가리는 IMF가 제시한 조건들에 따라 1년에 7퍼센트씩 임금을 낮추라는 목표를 받아들였다.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5조 달러)를 각 나라의 정부가 잘 이행하는지 평가하는 구실을 IMF에 맡기기로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G20은 세계를 신자유주의 쑥대밭으로 만든 기구를 누가 지배할 것인지를 놓고 다투는 전장이기도 했다. IMF의 소유지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주요 나라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IMF 지분 배분 쟁점은 서울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G20은 위험한 경제 정책의 산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재정건전성 강화”, “공적기금 효율적 사용”이라는 G20의 정책들은 수익을 내지 않는 공기업에 돈을 주지 않는 정책, 즉 일종의 민영화 효과를 노린 정책들이다. 이것은 이명박의 주요 정책과 꼭 닮았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도 주요 의제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코펜하겐 합의 실패의 주역이 G20 주도 국가임을 감안하면 딱히 기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코펜하겐 회담이 부국과 기업이 지구 환경을 파괴할 권리를 인정해 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더 크다.

G8과 G20은 다른가?

G20에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이 참여한다는 사실은, 이런 G20의 ‘무능하거나 악독한’ 본질을 흐리게 한다. 주요 강대국 중심의 G8과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G20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 참여가 무엇을 뜻하는지 보려면 G20이 애초에 구성된 기원을 따져 보면 된다. 2008년 전까지 재무장관들이 모였던 G20회의는 주되게 지역별로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지는 나라에 선진국의 부담을 전가하는 기능을 했다. ‘원자재 가격 높이지 말아라’, ‘민영화해서 재정을 안정화하라’는 식의 주문을 놓고 논의하는 기구였다.

G20 정상 무엇을 잘했다고 웃는가 ⓒ사진 출처 청와대

그러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요 선진국들은 현금을 많이 가진 신흥 개발도상국을 끌어들여야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G20을 정상회의로 격상했다. 경제 위기 부담을 좀더 여러 국가들(특히 중국)이 ‘골고루’ 나눠 지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G20에 속한 국가들은 각 지역의 주요 패권국이거나 미국의 입맛에 맞게 ‘간택’된 국가들이다. 중국 같은 신흥 강자가 포함된 것은 G20 안에서 갈등이 더 빈번해질 것을 예고한다. IMF 지분을 둘러싼 암투나 중국산 타이어와 미국산 자동차 부품을 둘러싼 무역 마찰 등이 그 사례다.

이명박이 노리는 것

이명박은 G20을 노동조합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제공조’의 실험장으로 만들 태세다. “G20을 계기로 노사관계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했고 벌써부터 “전문시위꾼과 외부세력 엄단”을 운운하며 G20 대응 경찰기획팀을 꾸렸다. 〈PD수첩〉과 광우병 사례에서 보듯이 G20의 꾀죄죄한 실적과 위험성을 폭로·비판하는 활동가와 단체들을 ‘허위 사실 유포’로 탄압하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G20은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항의에 부딪쳐 왔다. 지난해 영국에서도 4만 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했다.

전 세계 민중과 한국 민중 삶의 향방을 G20 정상들의 손에 맡겨 둘 수 없다. 경제 위기와 그것이 낳은 파괴적 결과를 민중이 고스란히 짊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의를 핑계로 벌어질 민주적 권리 박탈도 용인할 수 없다.

G20에 항의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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