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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국의 힘을 과장하지 말라

요즘 중국에 관한 온갖 황당한 얘기들이 유행한다. 이 얘기들은 페리 앤더슨이 최근 《런던 리뷰 오브 북》에서 ‘중국 열풍’(Sinomania)이라 부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곧 중국이 새로운 초강대국이 되며 아직 세계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그렇게 되리란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흔히 중국의 현 성장률이 지속될 거라 가정한 후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 경제의 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거라고 말한다.

물론, 통계 숫자라는 것은 온갖 방식으로 제 논에 물 대기 식 해석을 할 수 있지만, 통계 두 가지만 대면 앞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증명된다. 2009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최대 6천5백 달러로, 2백28개 국가 중 1백27위밖에 안 된다.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6천4백 달러로 10위를 차지하는데, 순위가 더 높은 나라들은 조세 피난처이거나 소규모 석유생산국 등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초강대국 중국’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앤더슨이 옳게도 ‘근거없는 과장’이라고 했던 것들을 기각해야 하지만, 중국 정부가 세계 무대에서 힘자랑을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위험한 경쟁

이것이 처음으로 뚜렷이 드러난 것은 아마도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회담이었을 것이다. 당시 중국 총리 원자바오는 시종일관 뻣뻣하게 굴다가 맨 마지막 순간에야 다른 남반구 열강인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합의했다.

그 뒤 몇 가지 놀라운 사건들이 벌어졌다. 지난달 구글은 더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중국 정부가 구글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정부가 신속히 구글을 지원하고 나선 것과는 달리, 다른 서방 기업들은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곧이어 1월 말 중국 정부는 64억 달러어치 무기를 타이완에 팔기로 한 오바마 정부의 결정에 노발대발했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타이완이 중국의 일부이며 무력을 사용해 타이완을 중화인민공화국에 편입시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정부는 타이완 무기 판매에 연관된 보잉과 다른 미국 기업들에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 부총리는 동시에 만약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와 만나면 “두 나라 사이의 신뢰와 협력 관계를 해칠 텐데, 과연 그것이 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에 도움이 될까?” 하고 경고했다.

사실, 오늘날 중국 정부가 보이는 자신감은 경제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이 불황의 늪에서 헤매는 동안, 중국 경제와 여기에 [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수출하는 나라의 경제는 중국 정부의 엄청난 공공지출 증가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미국인 기업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신감이 대단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중국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우리와 거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위기는 또한 간접적으로 중미 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두 나라가 모두 수출 경쟁력을 키우려고 통화 가치를 절하했다. 지금껏 이 경쟁의 승자는 중국이었고, 미국 정부는 화가 났다. 지난주 오바마는 중국 정부의 환율 정책을 공격했고, 중국 정부 대변인은 중국 통화 가치가 “적절하고 균형 잡혀 있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상당히 위험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2월 5일] 발표된 미국의 최신 실업률 통계를 보면, 2007년 12월 불황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 8백40만 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12월에만 일자리 2만 개가 사라졌다.

오바마는 이런 실업률 급등이 공화당 우파와 차당(茶黨) 운동이 주도하는 기층 반발을 낳고 있음을 잘 안다.

오바마는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보호주의적으로 조처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1971년 당시 대통령 닉슨이 일본을 상대로 도입한 ‘충격 요법’을 예로 들며 모든 중국 수입품에 10퍼센트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정부의 추가 지출과 대출 때문에 현 경제 위기를 낳은 미국의 주택 시장 거품과 비슷한 어마어마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현 위기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이 뿌려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