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7일 이틀간 2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다함께’ 대의원 협의회가 열렸다. 올해 국제·국내 정세를 전망하며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토론하고 제시한 이 행사를 〈레프트21〉이 취재했다.


‘여는말: 우리는 변해야 한다’의 발제자인 최일붕은 가장 먼저 세계경제의 모순적 상황을 지적했다. 

경제 위기에 각국 지배자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한 결과로 “경제가 나라에 따라 조금 또는 꽤 회복됐지만 그 대신에 수익성과 효율이 낮은 자본들이 파괴되는 것도 막아, 실질적 회복의 가능성도 감소하게 됐다.” 또 막대한 재정지출로 “다시 경제에 거품이 많이 껴 제2의 추락이 도래하는 ‘더블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일붕은 이에 따라 “‘출구전략’ 등의 문제를 둘러싼 지배계급의 내분 ― 국가 간 그리고 국가 내 ― 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국주의 공세 때문에 미국의 아프팍 전쟁이 악화하면서 반전 쟁점이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이것이 반드시 반전 운동을 위한 동원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기엔 “경제적 공포와 고통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라는 것이다. 최일붕은 노동자 계급 투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계급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지배자들의 공세에 노동자들이 언제나 저항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러나] 한국 노동자들의 경우, 촛불항쟁의 효과로 뒤늦게나마 투쟁할 자신이 생기기 시작하는중이어서 저항에 나설 것 같다.” 

계급의 귀환 

최일붕은 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은 정치적 세력 관계”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주요 노동자 투쟁이 대부분 즉각적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노동계급 운동 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민주당과의) 국민연합주의 노선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노동자 투쟁도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단기적 성과에 좌우되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사회주의자들이 노동자 운동 속에 뿌리를 내리는 각고의 노력에 착수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일붕은 특히 신문을 통해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시기의 관성에서 벗어나 작업장과 캠퍼스에서 신문 판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면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것만큼 “학생을 동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플로어 토론에서 김하영은 “노동자 계급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을 때 뛰어들면 이미 늦은 것”이라며 우리가 분석을 통해 이라크 전쟁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운동을 건설한 것과 마찬가지 자세로  노동자 투쟁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준은 “지난해에 노동자 투쟁이 정세의 초점이 된 게 네번”이라며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가능성과 위력을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과 《마르크스21》을 무기로 활용하자

‘신문을 둘러싼 조직’ 세션에서 김인식은 “신문이 변해야 한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신문은 급진적인 노동자와 학생들의 삶과 투쟁의 경험이 반영되는 “투사들이 교류하는 포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행하려면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기자들은 운동을 조직하는 투사의 관점으로 현장에서 발로 뛰며 기사의 구체성을 강화하고, 독자들은 신문을 판매하며 네트워크를 실제로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적극적으로 소식과 의견을 기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로어 토론에서 정선영은 “신문 중심의 활동이란 정치 중심의 활동”이라며 정치 방향을 제시하고 분석하며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동자 정동석은  “신문에 기고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내 글이 실린 신문이라고 주변에 더 많이 권유하게 된다”며 기고를 통해 신문과 일체감을 키우자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기고와 판매를 늘려 신문이 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하자는 제안들이 쏟아졌다.   

‘이론의 중요성과 《마르크스21》’ 세션에서 김하영은 “많은 사람들이 이론을 실천과 관계없는 지적인 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론깨나 안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개입적이지 않고, 전략 전술 문제나 조직하는 과제에는 큰 관심이 없는 한편, 개입주의적이고 활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론을 자신이 씨름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레닌은 1917년 혁명 와중에 칼 라데크에게 프랑스 혁명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권했다”고 강조했다.  “혁명적 이론없이 혁명적 실천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 경제 상황, 한국 노동운동의 조건과 상태, 한국 여성의 처지와 운동, 북한 사회의 성격, 동북아 질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 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어 토론에서 박설은 “노동계급의 상태, 정치적 노동조합운동의 의미 등을 다룬 분석적인 글이 있어야 한다. 이론이 부족하다 보니 글을 쓰고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천에서 잘 조직하려면 이론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주의자의 과제 

노동조합운동 세션에서 박성환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속에 “노동자 저항도 만만찮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설사 투쟁이 지연된다고 해도 그만큼 불만과 분노가 쌓여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성환은 투쟁의 피켓 라인에 함께 서고, 기금을 모으고, 공장 안팎의 연대를 조직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계급적·정치적 방식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 강화에 필요한 전략·전술을 제기하고, 그에 따라 투쟁을 조직하고 전진하게 만드는 정치적 노력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운동에 사회주의 정치를 도입해 노동자 계급을 결속시키고 자주적 행동과 능동성을 고무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박천석은 “작업장의 회원들이 노동조합에서 열심히 활동하거나 회원들끼리 팀워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올바른 정치적 입장을 정하고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노조 김승섭은 계급의 단결을 옹호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하는 데 앞장선 경험을 소개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용민은 “노동조합운동이 왜 만성적 위기에 빠졌는지, 이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둘러싼 분석적 글을 내고 실천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연대도 크게 강조되면서 여러 학생 대의원들이 효과적인 연대 건설의 방법에 대한 고민과 열의를 보여 줬다.

대학에서 운동과 조직을 건설하기

김세란은 발제에서 올해 학생운동과 ‘대학생다함께’의 과제를 제시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반대하는 노동자 투쟁이 전 사회적 초점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학생들도 “물심양면으로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 경제 위기 시기에 정부와 대학 당국은 “교육재정을 삭감”하고 “서울대 법인화와 중앙대 구조조정” 사례처럼 “자본의 필요에 부응하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 한다.” 그러므로  “대학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는 투쟁에 관심을 갖고, 능동적 일부로서 그 투쟁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편, “2010년 총학생회 선거를 보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진보적 총학생회가 대거 당선했고, 비권 총학생회는 좌향화”했다. 따라서 학생회에 참여해 “노동자 투쟁이나 전 사회적 투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학생 대의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과제를 제시하는 발언을 했다. 오선희는 동료 학생들과 토론하다 보면 “자본주의가 문제인데 대안은 무엇이냐 하는 갈증도 많았고, 소련은 왜 붕괴했는가? 중국은 어떤 체제인가? 사회민주주의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고 하며 이런 질문에 답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성지현은 등록금 인상에 합의한  “연세대 총학생회 사건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것은 등록금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입장이었다. 이를 보면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경록은 “1999년 지하철 파업 때 동료 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는데, 지하철 파업이 성과 없이 끝나서 많은 사람들이 사기저하됐다. 하지만 당시 파업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통해서 일부가 활동가로 남을 수 있었다”며 정치적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캠페인 - 반전, 민주적 권리, G20, 기후변화   

김덕엽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위해 계속하고 있는 아프팍 전쟁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전 운동의 부양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변화된 조건에 맞게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미진은 “불안정한 정권을 유지하려고 이명박 정부가 올해도 민주적 권리를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 집회와 시위 권리 억압이 벌어질 것이므로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은 올해도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정원은 “이주노동자 등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조직 노동계급과 진정한 전투를 하기 전에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어진은 이명박이 “집권 후반기 정당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G20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G20은 IMF의 힘을 다시 강화하려는 기구이자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는 무능한 기구”라는 것을 폭로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철은 G20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G20에는 개도국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일부는 여기에 참여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혼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호종은 “지난해 코펜하겐 회담은 하나의 전환점”이었고 “기후변화 쟁점이 대중 운동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분석과 선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함께’ 조직 건설하기

최영준은 “학생들은 학생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곳에 더 깊숙이 참여하고 그곳에서 신문을 판매해야 한다” 하고 강조했다. 최일붕은 “[지금은] 운동에서 자발성이 부족해지면서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주요 활동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조직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영은 “‘우리의 정치 환경이 어디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조직 건설을 고민한다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그 속에서 정치 환경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과 교육’ 세션에서 정병호는 “경제 위기가 낳은 불안정 때문에 대안적 사상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다함께’의 포럼이 마르크스주의를 효과적으로 선전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