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 인터뷰 - "한미투자협정은 경제적 소파협정"

 

Q 한미투자협정의 내용은 무엇이고 왜 한미투자협정에 반대해야 합니까?

 

A 한미투자협정은 한마디로 경제적 소파 협정입니다. 한미투자협정은 1982년에 미국이 원안을 만들어 네 번의 수정을 거쳐 199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16조와 두 개의 부속서가 있습니다.

한미투자협정은 국내법보다 우선합니다. 그래서 환경관련 규제에 해당하는 35개 정도의 [국내] 법안들이 무력해집니다. ‘이행 의무 부과 금지’와 ‘포괄적 수용 규정 및 보상’, 이 두 가지 독소 조항 때문에 국내의 사회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국내법들이 무력화됩니다.

예를 들어, 새만금이나 동강에 미국의 기업이 투기를 목적으로 투자를 했을 때 아무런 환경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습니까?

투자 정의가 광범하게 돼 있어요. 다시 말해 비영리법인도 [투자] 대상에 포함됩니다. 한마디로 자유무역원칙에 위배되는 모든 조항들을 없애려는 게 한미투자협정이예요. 한미투자협정에 따라 한국 교육시장에 들어오는 미국 자본이 활개를 치면 등록금 인상과 기부금 입학 같은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지겠죠.

노동 부문도 파장이 큽니다. 협상 내용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고용승계와 기술 이전, 장애인 고용 의무,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의무들을 행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경제특구법의 효과들이 그대로 나타나는 셈입니다.

인권 부문에서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국의 투자 기업한테서 내국인이 권리를 침해받는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한테 미국 투자 기업을 제소할 수 없습니다. 법정분쟁 절차를 국내법에 따르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뉴욕의 사법재판소나 세계은행 국제분쟁센타(ICSIP) 같은 곳에나 미국 기업을 제소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국제법상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경우입니다. 한마디로 미국계 해외 투자가들한테 무한정의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미국계 자본은 공기업을 사기업화하라는 압력을 넣거나 민영화됐다면 그 기업에서 이득을 최대한 얻어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우리 형님이 마석에 새로 집을 구하셨는데 전화 놓는 데 한국통신이 3백만 원을 달라고 하더래요. 주변에 집이 없어 새로 가설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지금도 핸드폰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한미투자협정에 공기업 노동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Q 재경부와 외교통상부는 미국과의 양자간 투자협정이 대세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그러합니까?

 

A 새빨간 사기죠.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한 나라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투기 자본이라도 당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데가 동유럽 국가들이고요. 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스리랑카와 몽고 같은 최빈국들이예요.

OECD 국가들뿐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 가운데 미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맺은 나라는 거의 없어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어떻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한국 정부한테 들을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무조건 좋은 거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의 한 관료는 “전쟁 위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대통령이 미국만 갔다 오면 한미투자협정 얘기가 흘러나온다는 거예요. 1994년에 미국이 한국에 처음으로 한미투자협정을 맺자고 요구했습니다. 김영삼은 이 협정의 문제점이 너무도 심각해 이것을 폐기했어요.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이 미국을 방문한 뒤 다시 한미투자협정 얘기가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한미투자협정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도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한 뒤예요. 한미투자협정은 우리 나라 대통령이 미국한테 주는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 돼 버렸어요.

한미투자협정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서로 동등하게 협정을 맺는 것도 아녜요. 안을 미국이 다 만들어 놓고 한국 정부는 그냥 사인만 하는 거예요.

 

Q 한미투자협정을 저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한미투자협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많은 단체들이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한미투자협정의 영향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 협정에 반대하는 투쟁은 자유무역협정과, WTO에 반대하는 투쟁과 연결돼 있습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 투쟁은 반WTO 투쟁의 교두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미투자협정을 5년 동안 유보시켰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투자협정을 완전히 관에 집어 넣고 못을 박아야 합니다. 특히 한미투자협정 반대 투쟁에 민주노총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는 5년 전부터 민주노총 활동가들한테 이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미투자협정 반대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만약에 노동조합 운동이 한미투자협정 반대 투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은 분명 임무 방기입니다.

한미투자협정은 통째로 우리의 부를 미국한테 넘겨 주자는 거예요. 재경부와 통상부의 관료들은 미국에서 철저하게 교육받고 온 사람들이에요. 미국의 수많은 연구소와 연결돼 있구요.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돼요.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같이 도모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오로지 성장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있어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보세요. 많은 학자들이 그 나라들이 경제의 모범국가라 했어요. 그러나 그 나라들이 지금 어떻게 돼 있습니까? 노무현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한다면 우리 나라는 실패한 경험을 그대로 따르는 셈입니다. 노무현 정부식대로 한다면 아르헨티나처럼 되는 거예요.

이것에 맞서는 투쟁이 집단이기주의입니까? 결코 아닙니다. 그 투쟁을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집단이기주의입니다.

김어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