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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마저 짓밟은 경찰의 이주노동자 인간사냥

지난해 집중 단속 이후 잠시 주춤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최근 다시 심해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한 지역에서는 출입국 단속반이 이주노동자들이 타는 회사 통근 버스를 막고 차 안에 타고 있던 미등록 체류자를 골라내 잡아갔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월 15일에는 동대문에 있는 한 네팔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모임을 하던 손님들 중 10명이 무더기 단속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단속에는 경찰이 앞장섰다. 경찰은 이 식당에서 불법 도박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핑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고서 식당을 급습해 손님들 모두를 강압적으로 수색했다.

당시 그 식당에는 네팔인 40여 명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가량 식당에 갇혀 외부에 연락도 하지 못하게 감금당했다. 경찰은 한 명 한 명 신분증을 확인하고 가방 등 소지품도 모두 수색했다.

이 식당에 있던 사람들 중 다수가 체류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너무나 강압적인 분위기라 아무도 항의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들은 시종일관 반말로 사람들이 모멸감을 느끼게 행동했다고 했다. 경찰은 오랜만에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이주노동자들의 설 연휴를 이렇게 짓밟았다.

경찰은 자신들이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법 집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이 경찰인지도 몰랐다!

식당 안의 사람들로서는 사복 차림의 남성들 15명 정도가 우루루 몰려와 자신들의 신분도 밝히지 않았으니 이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 턱이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상식적으로 어떤 범죄자를 잡으러 갔다가 그런 용의자가 없으면 철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수색영장밖에 없었던 경찰은 그 자리에서 무고한 이주노동자 10명을 체포해 갔다.

체포당한 후 이들 중 누구도 도박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은 없다. 그저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수용소에 구금됐고 곧 추방될 처지다.

강압적

이 사건에서 경찰은 전형적으로 이주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태를 보였다. 상식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중 식당에서 - 그것도 이래저래 불이익을 당하기 쉬운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 상습 도박이 일어난다는 것도 말도 안 되거니와 뚜렷한 증거도 없이 그저 제보만으로 법원이 수색영장을 발부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외국인 범죄 문제를 과장해 ‘치안 불안’ 운운하며 외국인 범죄에 강력 대처해 온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단지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경찰이 범죄자 검거 명분을 앞세워 이주자 밀집 지역을 급습하는 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든다. 이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미등록 체류자들이 섞여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니, ‘꿩 대신 닭’이라고 형사범을 잡으러 갔다가 없으면 미등록 체류자라도 붙잡는 일은 언제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건들을 기회로 삼아 미등록 체류자 단속 권한이 없는 경찰에게 그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게 될 가능성은 더욱 우려스럽다.

만약 이런 흐름이 강화되면,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은 훨씬 심해질 수 있다. 경제 위기 때 정부가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고 대중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이주자를 속죄양으로 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범죄’ 핑계는 경찰력 강화 명분으로 이용하기도 쉽다.

이 사건 직후 민주노총을 비롯해 여러 노동, 사회 단체들이 경찰과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주공동행동 등은 2월 23일 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이 항의 행동에 많은 동참과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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