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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 투쟁에 나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

금호타이어 노조가 2월 17일과 19일 이틀 동안 상경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것은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워크아웃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1천3백77명 정리해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 본격적 싸움을 알리는 첫 행동이었다.

노동자에게 고통 전가 말라 ⓒ사진 임수현 기자

17일 산업은행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사실상 ‘항복 문서’인 워크아웃 동의서를 강요하지 말고 대량해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리해고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캐리어 노동자들이 함께 참가했다. 광주에서 함께 상경한 캐리어 노동자들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과 연대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19일 금호그룹 본사 앞에서 열려던 집회는 사측과 경찰의 방해로 진행하지 못했다. 금호그룹은 노동자들의 시위를 막으려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고, 경찰은 노동자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를 에워싸고 아예 내리지도 못하게 막는 만행을 저질렀다. 회사를 부도 위기에 몰고 간 장본인들은 정부의 보호를 받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여 준 것이다.

20년 째 금호타이어에서 일한 한 노동자는 이런 현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부도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 경영권을 돌려받았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경영진에게 엄청난 특권을 줬습니다.”

그는 최근 경영진이 밝힌 ‘사재 출연’도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경영진들이 정말 고통분담을 했습니까? 이들도 우리처럼 신용카드로 빚을 돌려 막으며 보험을 깨고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까? 사재 출연을 했다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재산에서 그게 얼마나 됩니까? [더구나] 부도를 낸 것은 우리가 아니라 사측입니다.”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계열사 ‘나눠먹기’를 일단락한 후 ‘경영 위기는 고임금 때문’이라는 뻔뻔스러운 책임 전가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경쟁사에 비해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로 1조 1천1백90억 원이나 초과 [지출]”했다며 왜곡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고임금이 위기를 만들었다’는 채권단과 사측의 주장에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11년 경력인 한 노동자는 그동안 낮은 기본급 때문에 휴일도 없이 일해 왔다고 말했다.

상경 투쟁에 나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 ⓒ사진 임수현 기자

“내 기본급이 1백80만 원밖에 안됩니다. 1년 동안 새해 첫날, 체육대회, 여름휴가, 명절을 제외하고는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휴일도 없이 잔업과 특근을 해서 그나마 그동안 6천만~7천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임금?

이 마저도 노조가 투쟁해서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우리는 투쟁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 연봉이라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언론들이 한국타이어 보다 우리 월급이 높다고 비난하는데, 한국타이어노조는 그동안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한국타이어보다 근속연수가 평균 5~6년이나 깁니다.”

다른 노동자들도 고임금 비난에 이구동성으로 분개했다.

“지난해 동안 잔업과 휴일근무가 아예 없어지면서 연봉이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이번 교섭에서 기본급 20퍼센트와 상여금 3백퍼센트를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죽으라는 얘깁니다.”

“사측의 요구대로라면 평균 연봉이 지난해 보다 40퍼센트나 깎입니다. 중소기업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노동자들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워크아웃 동의서가 ‘노예 문서’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고 워크아웃 기간 동안 쟁의행위를 일절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왜 노조 동의서를 요구하겠습니까?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조를 꼼짝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우리 노조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시키는 자랑스런 일도 해 왔고, 정치투쟁에도 참가해 왔습니다. 정부는 이걸 막고 싶을 겁니다.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가 투쟁을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할 수 없습니다.”

현재 금호타이어 사측은 구조조정을 압박하며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9일 현재 1백78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노조 지도부는 해고나 다름없는 명예퇴직부터 막아야 한다. 또 워크아웃 동의서는 지금처럼 흔들리지 말고 거부해야 한다.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정한 만큼 실질적인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