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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촛불집회 참가 때문에 휴일 아침에 연행된 여한의사

이명박 정부가 용산 참사를 사과한 건 역시 진심이 아니었다. 2월 21일(일) 오전 용산참사 항의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한 시민이 강제 연행됐다 풀려난 일이 일어났다.

경기도경 보안과 형사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희망한방병원에서 회진 중이던 한의사 정선영 씨(31)를 강제 연행했다. 체포 사유는 정선영 씨가 2009년 2월 14일 용산참사에 항의하는 ‘불법 야간 집회’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형사들은 영장을 휴대폰 화면으로 보여줬다고 한다.

정선영 씨는 체포 후 서울 동대문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오후 1시 30분경 풀려났다.

경찰은 반나절도 안 돼 풀어줄 사건을 놓고 휴일 아침 근무처까지 찾아와 정선영 씨를 강제 연행한 것이다. 용산참사 항의 시위는 1년 전 일인데다, 이 문제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정부가 사과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직원과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대낮에 의사를 연행한 것이다.

정선영 씨는 그동안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위헌 판결을 받은 야간 집회 금지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용산참사에 대한 공개 사과를 해놓고, 뒤로는 항의 운동 참가자들에게 보복 조처를 계속 진행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연행 소식을 들은 용산범대위 등 진보단체들의 신속한 항의와 대응으로 정선영 씨는 곧바로 풀려날 수 있었다. 연행 소식이 트위터 등을 통해 신속히 알려지면서 드러난 사람들의 관심과 분노도 경찰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는 경찰 스스로 강제 연행이 무리한 조처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의 이런 무리수는 이명박 정부가 처한 곤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세종시 문제로 집권당 분열 위기를 겪고 있다. 허풍과 달리 경기 회복도 매우 불안정해서 계속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6·2 지방선거 전망도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탄압을 통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지배계급의 분열을 봉합해 보려 한다.

한편, 현행 집시법의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은 지난해 위헌 판결을 받아 올해 안에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은 야간 집회가 불법이라는 규정에 근거해 여전히 시민들을 강제 연행하고 있다. 오늘 조사 과정에서도 경찰은 정선영 씨가 금지된 야간 집회에 참가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오후 10시 후 집회 금지를 명문화하는 개악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 등에 참여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요구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과 마녀사냥을 중단해야 한다. 위헌 판결을 받은 야간집회 금지 조항으로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시도도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