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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요, 찬드라》 이란주, 삶이 보이는 창

이 책은 이주노동자 인권 활동가인 이란주 씨가 6년 동안 한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자본주의는 온갖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하고 억압한다. 그 중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특히 잔인하다.

찬드라는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이름이다. 그녀는 어느 날 사소한 실수로 경찰서에 끌려갔다. 경찰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행색이 초라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그녀는 6년 4개월을 정신병원에 갇혀 산다.

그러나 끔찍한 고통을 당한 찬드라에게 한국 법원이 배상금으로 판결한 돈은 기껏 2천8백50만 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6년 동안 임금으로 계산된 돈이 3백50만 원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도 출생신고를 못해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사연, 불법 체류 벌금이 없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연 등 이 책에는 가슴 아프고 분통터지는 사연들이 생생하게 폭로돼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아모르 가구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파업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50페이지에 있다.

아모르 가구 이주노동자들은 2002년 1월 22일 파업에 들어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장이 때리면 맞고 욕을 먹던 노동자들이 사장에게 맞서 두 달 동안 밀린 월급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인 것이다.

1백 명의 노동자들이 한 해 매출액이 3백억 원인 기업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노동자들은 우즈벡, 이란,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국적을 초월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힘은 강했다.

아모르 가구 파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측의 분열 획책에 맞서는 장면이다. 노동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사측은 일할 사람만 데리고 일하겠다며 분열을 부추겼다. 투쟁 경험이 없는 데다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의 단결이 흔들릴 만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천장을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일제히 “NO”라고 외친다. “우리 다 똑같애 … 따로 따로 아니야” 하고 외친다. 결국 노동자들은 승리해 월급을 받아냈다.

아모르 노동자 투쟁 이야기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의 마지막 30분을 보는 듯하다.

아모르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든 것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연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는 것이다.

8월에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제추방에 반대해 이주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