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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구조조정 추진:
경쟁은 늘리고 민주주의는 옥죄고

“이사장님은 산타클로스가 아니에요. 대규모 투자하려면 자기 성질에 맞게 일단 해 봐야 할 거 아닙니까.”

2월 18일 중앙대 교수협의회가 대학 구조조정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부총장 안국신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사장님’의 계획은, 우선 10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대폭 통폐합해 18개 단과대 40~41개 학과로 만들고 국내 최대 규모 경영학부를 만드는 것이다. 기초학문과 예술계열에는 불리한, 취업률 같은 잣대로 학과 평가를 한 결과다. 또, 계열별 부총장을 임명해 상당한 권한을 주고 다섯 계열 간 자율경쟁을 유도해 차등 지원을 하려 한다.

학교 당국은 계열별 교수 대표들로 구성된 ‘계열위원회’와 ‘심도 있게 논의’해 2월 24일 교수 전체회의에서 통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구조조정이 시장지향적이고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온 한 교수는 24일 합의에 이른 부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상명하달

구조조정 방침은 지난 18일 토론회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교수협의회 측 토론자로 나선 영문학과 고부응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기업 총수인 이사장이 학문과 교육의 전당인 중앙대학교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두산그룹의 계열사나 하청업체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원노조 노상철 위원장은 “직원들은 이미 구조조정의 맛을 보고 있다”고 했다. 두산 재단이 들어온 뒤 직원 80여 명이 명예퇴직을 한 것이다. 두산이 쓰는 인사고과 제도를 모든 직원들한테 적용해 S급부터 C급까지 평가하고 급여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 행정부서 아웃소싱 계획도 있다고 했다.

임지혜 총학생회장도 ‘돈 되는 학문’만 육성하는 구조조정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학생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총장은 토론회에서 강한 항의에 부딪히자 “구조조정이란 게 어차피 민주적 합의가 불가능하다 … 결국은 톱다운(상명하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미 학교 당국은 재단과 총장을 비판한 교지를 전량 회수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해 비판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 바 있다. 지원금을 끊겠다고 위협해 결국 총학생회 주관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 신입생수련회)도 무산시켰다. 자연대학생회가 학교가 정한 일정을 거부하고 새터를 가자 학생회장과 소속 과학생회장들에게까지 징계 위협을 했다.

중앙대 당국은 3월 말에는 무조건 구조조정안을 확정해 5월 교과부 심의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할 방침이다. 설명회 등을 해서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그동안의 태도로 봤을 때, 일방적 홍보에만 열중할 가능성이 크다.

18일 토론회를 시작할 때 강내희 교수가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중앙대를 주목하고 있다. 냉혹한 기업식 수술이 순항하지 못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토론회를 마치며 강 교수는 교수, 노조, 학생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드는 게 어떤지 물었다.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공동 대응에는 이미 다들 교감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개강만 기다리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기업식이라면 며칠 만에 다 끝낼 일”이라고 불평한다는 이사장 박용성이 물러서게 하려면 강력한 항의가 필요하다.

기초학문 지원 축소, 경쟁 강화, 노동조건 위협 등 기업식 구조조정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될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공동 투쟁이 정말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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