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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한·캐나다 FTA 때문에 캐나다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증거자료로 사용돼 국익에 해를 끼치게 될 MB발언

그동안 자본과 권력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노동자들의 연대는 제3자개입으로 처벌하면서 자본과 권력과 수구언론은 서로 똘똘 뭉쳐 강력한 연대를 형성해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최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둘러싼 논란에서 국가권력은 전형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캐나다는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을 금지시킨 한국의 수입금지조처가 WTO 최혜국 대우에 위배되며, 부당한 절차 지연 등에 해당되고, 가축전염병예방법 중 일부 조항이 국제기준에 위배되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국회가 캐나다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문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과 야당이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현재 WTO 제소절차가 진행되어 있어 공개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국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농식품부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분쟁 당사국 정부의 보도자료, 언론인터뷰, 기타 공개적 발언 내용 등은 패널 등에서 상대국이 증거자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발표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 국익론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공동회견에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해 “한국은 수입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은 분쟁 상대국인 캐나다가 증거로 사용해 WTO 패널 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하던 국격을 스스로 깎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무부서인 농식품부의 차관과 통상정책관은 국회공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정확한 워딩(Wording)이 무엇이었냐”는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된 답변조차 내놓지 못했다.

캐나다의 광우병 예측에 실패한 농식품부의 현지조사보고서

캐나다에서는 2003년 5월부터 현재까지 광우병이 총 16건 발생했다. 16건 중 다우너 증상은 모두 10건(62.5퍼센트)에서 확인됐다. 또한 유방염, 탈구 증상과 동시에 광우병 양성이 나타난 사례도 확인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6년 캐나다 현지조사 보고서에서 캐나다의 광우병 재발 가능성에 대해 “나이든 소에서 1~2두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2006년 1월 농식품부 현지조사 이후 캐나다에서 광우병 사례가 12건 추가로 발생했으며, 2007년 3건, 2008년 4건, 2009년 1건 등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엉터리 예측으로 헛다리를 짚은 과거를 의식해서인지 2008년 11월 캐나다 현지조사보고서와 2009년 12월 민간전문가 캐나다 현지조사보고서를 아직까지 국회에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제거정책도 EU나 일본보다 미흡하다. 일본과 EU에서 모든 연령에서 SRM으로 지정돼 있는 편도를 30개월 이상에서만 제거하고 있다. 30개월 미만의 편도는 제거하지 않아 SRM 관리의 허점이 있다. 2005년 영국의 웰스 박사팀이 4~6개월째 송아지에게 BSE 경구 감염을 시킨 후 소의 감염력을 실험한 결과, 회장원위부에서는 6개월째부터 감염능이 확인되었고, 소의 구개편도에서는 10개월째(14월령~16개월령)부터 감염능이 확인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EU에서는 12개월 이상, 일본에서는 모든 연령에서 제거하는 뇌, 안구, 머리뼈, 삼차신경절, 척수를 30개월 이상에서만 SRM으로 규정하고 있다. 30개월 미만에서는 이러한 부위를 제거하지 않음으로써 광우병 위험을 예방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EU에서 SRM으로 지정한 내장과 장간막을 식용 허용부위로 지정해 이 부위들의 수입이 허용되면 한국 국민의 식습관 상 광우병이 옳을 위험이 있다.

캐나다는 현재 도축소의 약 1.3퍼센트만을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를 걸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검사비율이다. 2005년 EU 25개국에서 광우병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정상적인 소 8백6십만7천51마리를 도축한 다음에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113건이나 광우병 양성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아무런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광우병 양성이 나온 경우가 12건(전체 발생건수의 33퍼센트)이나 됐다.

캐나다의 사료정책도 광우병 위험을 예방하기에 부족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동물용 사료에 사용이 금지된 30개월 이하 편도, 뇌, 안구, 머리뼈, 삼차신경절, 척수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사료의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광우병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다. 1997년 사료규제 조처 이후에 출생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무려 12건(75퍼센트)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우려가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 2001년부터 현재 미국이나 캐나다가 시행하고 있는 사료규제 조처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는데도 2001년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 양성이 4건(11퍼센트)이나 확인됐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한·캐나다 FTA 걸림돌 제거

그렇다면 정부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고, SRM 제거나 사료규제정책도 완전하지 않은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외교통상부가 12월 16일 국회에 보고한 ‘한·캐나다 FTA 현황’ 문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외통부 문서를 보면, 2008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13차 한·캐나다 FTA 협상에서 캐나다 정부는 “쇠고기 광우병 검역 문제의 해결 없이는 FTA의 타결·비준이 어렵다”고 표명했다. 이후 2년 가까이 한·캐나다 FTA 협상 개최가 지연되고 있으나, 최근 양측은 “FTA와 광우병 이슈를 분리하여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외통부는 “11월26~27일 차관보급 협의와 12월1일 통상장관회담에서 캐나다측이 이러한 입장을 확인”했으며, 쇠고기 광우병 검역문제 이외에 “자동차 쇠고기·돼지고기 관세철폐시기, 자동차 비관세 장벽 등이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졸속 개방 때도 “한·미 FTA와 광우병 이슈는 별개”라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되풀이했던 정부의 보고서를 순진하게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선언’은 2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캐나다 FTA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걸림돌(딜 브레이크)’ 제거작업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한·캐나다 FTA의 걸림돌인 쇠고기 문제가 제거된다면 그 다음에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내린 EU 국가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4월 초에 한·EU FTA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광우병이 대량 발생한 EU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국 신자유주의가 확대될수록 우리의 식탁 안전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FTA와 광우병 이슈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밥상의 안전을 지키고자 한다면 바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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