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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식주의

도식주의

과도(過度) 좌익주의자들은 ‘전투적인 현장 조합원에 거스르는 보수적인 노조 지도부’라는 도식에 흔히 기댄다.

그런 경우도 꽤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금융노조 조흥은행 지부 파업의 경우에도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도 좌익적 평가를 하는 동지들은 이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노조 지도자들의 관료적 책략과 협박, 억압을 부풀린다.

그런 일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거의 닷새에 육박하는 연좌 파업을 하고도 자신감과 사기가 조금도 저하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단순히 지도자들의 협박에 굴복해 자신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자유 투표에서 합의안 찬성에 다수 표를 던졌을까?

그리고 지배 계급을 굴복시킬 수도 있었을 노동자 부문이라면 지도부의 ‘반동적인’ 책략에 만만챦게 저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짐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과도 좌익주의적인 ‘패배’론은 그런 조짐도 부풀린다.

이런 도식주의는 현실의 총체를 반영하기보다는 현실의 파편을 반영한다. 자신의 협소한 경험만을 반영하는 것이다. 진정한 현실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교조주의이고, 논거가 (협소한) 경험뿐이라는 점에서 경험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