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서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강원도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인 강원도여성정책개발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2월 26일부로 자신들이 운영하던 국공립보육시설을 폐원한 것이다.

센터는 춘천시에 이미 보육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국공립보육시설이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춘천에서 영유아를 전담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은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영유아는 보살피기가 어려워 많은 보육시설이 수용을 거부하거나 꺼려한다. 따라서 센터의 주장은 열악한 보육 현실을 단순 통계자료로 덮어버리려는 억지에 불과하다.

폐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센터 측은 지난해 4월부터 폐원을 준비하며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 왔는데 동의서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아이들을 찾아가는 바쁜 시간대를 이용해 받았던 것이다. 학부모와 보육교사들에게 폐원 조처를 취하기 전에 다른 국공립시설 우선 입학과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센터가 폐원을 강행하려 하자, 분노한 학부모와 보육교사 들은 지역 사회단체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그리고 3월 2일 센터 소장실과 보육시설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구실이 매우 중요했다. 민주노동당은 도의원을 통해 도의회와 도지사를 압박하고 점거투쟁을 강력하게 지원했다.

점거

학부모와 보육교사 들은 투쟁의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단호하게 점거에 돌입했고 나흘 동안이나 규율 있게 점거를 진행했다. 점거는 연대의 초점을 형성했고 언론의 주목을 받아 센터와 강원도지사를 압박하는 훌륭한 계기가 됐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 토론을 통해 요구안을 작성하고 도지사 면담에 참여할 대표자를 선정했다. 이들이 제출한 요구안에는 현재 시설을 유지해 달라는 것을 넘어 국공립보육시설을 확충하고 더 많은 교사들을 채용하라는 요구까지 포함됐다.

점거투쟁 중에는 사립보육시설 원장들이 점거농성장을 방문해 폐원을 지지하고 연대단체들을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국공립보육시설 폐원이 결국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이들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이런 강력한 투쟁으로 3월 5일 도지사는 학부모들과 보육교사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보육시설을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 계속 유지하고 보육교사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했다. 수용 인원도 현재 수준보다 늘리기로 했으며 이전할 공간이 마련 될 때까지 현재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센터 소장의 공개 사과 약속도 받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역 여성단체들의 연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투쟁에 함께하면서 보육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정부와 지자체들이 보육 문제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저출산 해결’ 운운하며 낙태를 단속하고 출산과 보육을 오로지 여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맞서 싸울 필요를 느꼈다. 이번 투쟁은 함께 싸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준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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