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 그리스 위기는 시장이 어떻게 공갈협박을 하는지 보여 주는 흔한 사례다. 그리스는 자국 통화를 버리고 유로화를 채택했고, 세계 최강 경제 중 하나인 독일 경제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그리스 국가는 낮은 이자율로 정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에 그리스는 신용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호황은 곧 끝났다.

지금 그리스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은행들은 자국 정부의 엄청난 지원 덕분에 살아남은 은행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 결과로 정부 차입이 늘어난 것에 분노하면서 정부들이 긴축 정책을 도입하고 공공서비스를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파업을 벌이고 아테네 도심을 행진하는 노동자들

그리스가 특별히 더 취약한 것은 그리스 경제가 상대적으로 작고 약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권이 그리스 정치 엘리트들이 과연 긴축 정책을 도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참으로 뻔뻔하다. 지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1년 유로화 출범 당시 골드만삭스 ― 아마도 월가에서 가장 미움받는 은행일 것이다 ― 가 그리스의 부채 규모 조작을 어떻게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궁지에 몰렸다. 그리스 정부는 만기일이 돌아오는 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석 달 동안 2백억 파운드[약 34조 원]를 빌려야 한다. 정부는 2월에 발표한 긴축안에 시장이 만족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2월 25일에 그리스 국채 가격이 추락했다. 그리스 총리 파판드레우는 유럽연합이 요구한 추가 긴축 정책을 이 야수들에게 던져 주려고 한다. 추가 긴축안의 규모는 국가 소득의 1.5퍼센트, 즉 이전 긴축안의 세 곱절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위기는 또한 유로존의 거인인 독일의 위기이기도 하다. 1998∼2005년 ‘적록 연정’[독일 사민당과 녹색당 연정] 아래 독일은 임금을 낮추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고통스러운 경제 개편 과정을 거쳤다.

중국과 비슷하게, 독일도 제조업 수출이 경제의 중심인 국가다.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독일이 유로화 통용 지역 내 다른 국가들과 맺는 관계는 중국이 미국과 맺는 관계와 다르지 않다. 즉, 한쪽은 공급자이자 채권자의 구실을 하고 다른 쪽은 과잉 소비자 구실을 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리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독일의 수출은 각각 66퍼센트, 59퍼센트, 그리고 30퍼센트가 늘었다. 이제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무역흑자 액수가 많은 나라다.

“독일 은행들은 그리스, 스페인과 포르투갈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 대한 독일의 수입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유럽의 소국 경제들은 유로화 통용 지역에 가입하는 대가로 자국 기업들을 막강한 경쟁자에게 노출시켰다. 게다가, 그들은 이제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국 통화를 평가 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채택할 수도 없다.

특혜

그래서 독일이 그리스를 구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독일 총리 메르켈은 그런 선택을 거부해 왔다. 지금 독일 언론들은 그리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누리는 ‘특혜’에 관한 온갖 황당한 얘기들을 퍼뜨리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유럽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동자 집단일 것이다. 2월 말 총파업 이후, 그리스 지배계급은 이번에는 ‘노동자들의 12월’ ― 2008년 12월 그리스를 뒤흔든 청년 반란의 노동자판 ― 이 발생할까 봐 걱정한다.

따라서 2월 26일에 도이치은행의 회장 요제프 아커만이 아마도 구제안을 논의하려고 아테네에서 그리스 총리를 만난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유로화 통용 지역 생산에서 2~3퍼센트를 차지하는 작은 경제다. 그러나 스페인은 거의 12퍼센트에 육박한다.

3월 1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헤드라인은 ‘시장이 스페인을 벌주려 한다’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시장은 곧 유로화 통용 지역 내 또 다른 취약한 경제로 눈을 돌릴 것이다” 하고 보도했다.

야수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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