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을 패퇴시키고 싶어 한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2월 4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 심판론’(45.7퍼센트)이 ‘국정 안정론’(38.3퍼센트)보다 우세했다.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 야 5당이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정서도 강하다. 1월 19일 TNS가 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48퍼센트)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35.7퍼센트)보다 많았다.

연대의 원칙과 방향을 발표하는 ‘5+4 회의’ ‘5+4 회의’는 대중의 이명박 정부 패퇴 염원을 반영한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 진보정당들을 정치적으로 마비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야 5당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5+4 회의’를 주목한다. ‘5+4 회의’는 자본가 야당과 노동자 진보정당의 선거연합(반MB선거연합)의 맹아다. 

우리는 진보진영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이 낳을 위험성(계급 협력주의) 때문에 반MB선거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중 하나가 진보대연합만으로는 이명박 정부를 지방선거에서 패퇴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는 정서가 자라났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을 불신한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당시의 배신적 전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반한나라당 정서가 매우 강함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20퍼센트 안팎인 까닭이다.

지푸라기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 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절박한 심정 때문에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지지하려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선거 때처럼 말이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다. 좌파는 집권당의 패배를 바라는 대중의 여망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반MB연합에 어떤 환상도 갖지 않고 그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지방선거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미국의 침략 전쟁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등 진보적 기준에 부합하는 야당 단일 후보에 비판적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문제는 남는다. ‘5+4 회의’가 최종 합의에 이른 것도 아니고, 후보가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확언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후보가 최종 확정된 다음에 구체적인 조건을 면밀히 따져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5+4 회의’ 의 위험성을 경계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셈법

민주당은 선거연합 내에서 특권적 지위를 고집한다. 민주당 대표 정세균은 “[자당 지역 후보들을] 중앙당에서 통제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정세균이 ‘공동 지방정부’ 구성을 제안한 것도 후보 양보 의사가 별로 없음을 보여 준 것이다.

또, 민주당은 협상 비밀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내에서조차 극소수 지도부를 제외하면 협상장 커튼 뒤에서 오가는 얘기를 알지 못한다. 

두 진보정당은 민주당의 “일방적 양보” 강요에 불만을 표하지만, “판을 깨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것은 군소 진보정당들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논의하는 순간부터 예고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은 “5+4논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고 있다.

“반MB퇴진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고의 가치이자 유일한 기준”(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에 맞서 싸울 때처럼  각계각층이 힘을 합쳐 이명박 정권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하는 싸움을 펼쳐야 한다.”(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예비후보)

반MB연합은 민주노동당의 자주파가 일관되게 고수해 온 전략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5+4 회의’의 진척에 크게 고무된 듯하다. 

지난 3월 1일 임시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지방선거의 목표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스타’ 정치인은 없지만 기층 조직이 비교적 탄탄하므로 ‘5+4 회의’ 협상을 통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민주당 같은 자유주의 자본가 정당의 후보와 맞붙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면 기대해 봄 직한 시나리오다.

1900년에 창당한 영국 노동당은 1906년 총선에서 29명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이 중 24명은 자유당 후보와 대결하지 않은 덕분에 당선할 수 있었다.

확실히 선거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반MB선거연합은 민주노동당 같은 군소 진보정당이 의석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적 이득의 대가는 첫째, 진보정당들이 좌파적이고 급진적인 정책들을 민주당의 저급한 정책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가령, 부유세 같은 정책이 ‘5+4 회의’ 정책 합의문에 빠져 있다. 

둘째, 노동계급의 현안이 배제되거나 주변적 문제로 밀려날 수 있다. 실제로 ‘5+4 회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문제, 원청 사용자성 인정, 최저임금 등 노동 의제들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셋째이자 장차 가장 중요한 문제로 될 수 있는 것은, 노동자 정당들이 자본가 야당인 민주당과 동맹을 유지하려고 노동자 투쟁을 단속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노동자 투쟁이 부활하고 있지만 아직 혁명적 수준으로 고양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이 모순이 첨예하게 표출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5+4 회의’가 탑재한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 주는 에피소드들은 몇 차례 있었다. 예컨대, 지난해 쌍용차 투쟁 때 민주노동당은 대량 해고의 대안으로 공기업화 운동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의회에서 입법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요컨대, ‘5+4 회의’는 선거적 관점에서 보자면 달콤한 과실인 듯하지만,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보자면 진보정당들을 정치적으로 마비시키는 마취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처지

한편, 진보신당은 ‘5+4 회의’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다. 

민주당은 ‘5+4 회의’를 “노회찬·심상정을 모양새 좋게 주저앉히는 자리”로 보는 반면, 진보신당은 “노·심 투톱 외에 가진 게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정당이 까딱하면 자기 당의 ‘간판 스타’를 후보로 내세우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진보신당의 내홍은 이런 답답한 처지에서 비롯한다. 

이용길 진보신당 부대표는 ‘5+4 회의’의 합의문 파기를 요구했다. 그는 ‘5+4 회의’ 합의문이 진보신당의 진보대연합 당론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5+4 회의’가 “진보 대표정당이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이 돼야 하는 이유”를 검증받을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사실, 진보신당은 몇 달 동안 ‘반MB대안연대’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제안은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진보신당의 정치적 자기력이 미미한 탓이었다. 그런데도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의 진보대통합 제안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결국 ‘5+4 회의’에 끌려들어 온 것이다. 

진보신당이 “한편으로는 민주대연합의 참여를 강요받고 또 한편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요구받고 있”는 “외로운 상황”(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으로 몰린 것에는 그 당이 자초한 점도 없지 않다.

진보신당의 주요 리더들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 2중대’로 비친 것이 민주노동당 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들이 지금 자본가 야당과 선거연합을 하겠다고 한다. “일을 진척시켜 나가는 데 민주당이 많은 잘못을 했고 이것이 논의를 불편하게 하지만 대승적으로 선거 관련 협상에서 상쇄할 수 있는 태도 변화를 기대”(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하면서 말이다.

지금 진보신당은 ‘5+4 회의’에서 남아 있자니 얻을게 별로 없고 혼자 뛰쳐나가자니 고립되기 십상인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