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가 한참이다. 중국 정부는 늘 하던 대로 억울한 사연을 청원하려고 베이징 시내에 와 있던 딱한 처지의 사람들을 잡아 어디론가 보냈다. 지난해부터 잡혀간 이른바 반체제 인사들은 강제 수감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의 죄는 언론·결사 등 너무나 기초적인 민주적 권리를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현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조화로운 사회’의 실제 모습 ― 민주적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일당 독재 국가 ― 이다.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국가 체제에 반대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레디앙〉에 실린 김정호 씨의 글은 나를 콕 집어서 “매우 짙은 색안경을 끼고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중국을 보면서 “박정희나 전두환과 같은 군사독재정권을 연상”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말이다.

그러나 김정호 씨가 중국이 독재 국가가 아니라며 제시한 세 가지 증거는 솔직히 별로 설득력이 없다.

먼저, 중국에서 “거대한 민주화와 계급투쟁이 폭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이상하다. 예컨대, 지난해 7월 민영화에 반대하는 퉁화 철강 노동자 투쟁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3만 명이 대부분 참가한 꽤 큰 투쟁이었다.

만약 김정호 씨가 한국의 1987년 대투쟁처럼 당대 정치 체제와 경제 발전 방식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사건을 생각한 것이라면, 1989년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뒤흔든 톈안먼 항쟁이나 2000년대 초반 무자비한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에 맞서 중국 동북지역에서 노동자 수만 명이 몇 달이나 투쟁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그런 투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런 투쟁이 대중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지만 패배했다는 것이다.

또, 김정호 씨는 전체 노동자 인구와 시위 참가자 수의 비율을 근거로 중국 노동자 0.2∼0.3퍼센트만이 투쟁에 참가한다며 독재가 아니라 주장하는데, 이런 비교가 독재인지 아닌지 판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오늘날 중국 투쟁의 횟수와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8년에 18만 건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있다. 이것은 한국의 1987년 노동자 대투쟁기보다는 낮지만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보다는 훨씬 높다(1960년대 한국의 연평균 쟁의 건수는 1백3건이었다). 그렇다고 박정희 시대를 독재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둘째, 중재 제도나 신노동법 등 양보 정책이 존재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 정부의 계급적 성향”을 보여 주는 것인가?

〈차이나 레이버 불리틴〉 등 중국 노동자 지원 단체들이 반복해서 지적하듯이, 중국 노동자들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재판에 호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전체 노동자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

다른 한편,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있음에도 중국 사회의 반노동자적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사 재판소가 일부 농민공의 밀린 임금을 받아 줄지라도 저임금 체제는 그대로 남고, 경제에서 임금 몫이 줄고 이윤 몫이 커지는 경향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위 그래프를 보라).

중국 내 상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자본주의적 성격을 띠는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노동자와 민중이 자기 몫을 요구하며 싸울 때 필요한 독립적 조직 ― 노동조합, 학생회, 농민회, 정당 등 ― 의 결성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정호 씨가 칭찬한 신노동법도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중국이 여전히 독재 국가인 가장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중국 공산당 당원 수와 그 일가친척·지인들의 수를 더한 후(공산당 당원 7천만 명 × 9) 공산당이 독재가 아니라 한 것은 전혀 진지한 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집권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인가, 아니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가?

보통선거를 한 적이 없으니 답은 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역사상 강력한 독재 국가들은 자신의 정치권력 독점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과시하려고 방대한 집권 정당과 외곽 조직을 운영하고 온갖 ‘대회’에 대중을 동원해 왔다. 전두환 때 그런 관변 조직의 행사에 한번 참여 안해본 사람이 있는가?

나는 중국 공산당 독재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자본가들은 공산당 독재를 지지한다. 상당수의 중간계급도 ‘안정’을 선호하는 의미에서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전 독재 정권의 역사가 보여 주는 것은, 제 아무리 강력해 보이는 독재 정권도 결국에는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속불가능한 엄청난 저임금과 고축적 체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독재 체제라면 더 그렇다.

2009년 3월에 중국군 고위 관계자가 군대가 국내 소요에 대비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공산당 정부는 대중의 동향을 두려워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김정호 씨 같은 사람이 그런 투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