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낙하산 사장’ 김재철의 출근을 저지한 지 사흘 만에, 황희만 보도본부장·윤혁 제작본부장을 교체하면 사장을 인정하겠다고 합의했다.

MBC 노동자들의 열의도 높고, 시민·사회단체들도 재빨리 대응기구를 꾸려 연대하는 상황에서 MBC 노조가 갑작스레 합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재철 출근을 저지하는 MBC노동자들 ⓒ이미진

MBC 노조 이근행 위원장도 “말도 붙이지 말아야 할 사람과 협상을 했다”고 인정했다.

물론, “불법 파업은 용납 않겠다”고 으름장 놓던 김재철이 사흘 만에 ‘낙하산 본부장’ 교체를 제안한 것은, MBC 노동자들이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고, 매일 1백 명 이상이 단호하게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조선일보〉도 김재철의 “무원칙·무소신” 때문에 “MBC 개혁은 벌써 싹이 노랗다”며 난리다.

‘MB 아바타’

그러나 아무리 황희만·윤혁이 교체된다 해도 사장인 김재철 자체가 ‘MB 아바타’인 상황에서, 결국 “늑대 두 마리 쫓아내려고 호랑이 한 마리를 들이는 격”이 됐다.

이근행 위원장은 “본질적 문제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있다”는 이유로 김재철과 합의했다. 그러나 방문진이 임명한 ‘낙하산 사장’을 인정하면서, 방문진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는 없다.

또,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이 두 본부장의 교체를 용인할지도 미지수다. 방문진은 이를 사장의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재철이 사장에 선임될 때 밝힌 단체협약 개악과 〈PD수첩〉에 대한 진상조사, 구조조정 문제도 계속 불거질 것이다. 이미 김재철이 8일 발표한 지역 MBC 사장 인선안은 지역 MBC 통폐합·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PD수첩〉 공격에 앞장선 공정방송노조 출신 이윤철 아나운서가 안동 MBC 사장, 정수채 전 위원장이 MBC 프로덕션 이사로 선임됐다. 이 계획대로 통폐합이 추진되면 지역 MBC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방문진이 설령 ‘낙하산 본부장’ 교체를 승인해도, 김재철은 얼마 안 가서 결국 〈PD수첩〉 탄압을 비롯해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MBC 노조 지도부의 결정과 별개로 시민·사회단체들은 “MBC 노조위원장이 실체를 인정한다고 하여 김재철 관제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미디어행동)라며 퇴진 투쟁을 지속하려 한다.

MBC 노조도 방문진뿐 아니라 ‘낙하산 사장’인 김재철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우는 게 옳은 태도일 것이다.